"레나!"
꿈에 나타난 그의 이름은 레나였어요.
소금씨는 레나를 목청껏 불렀어요. 그는 뒤돌지 않았지만 소금씨는 뒷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었어요. 레나는 지금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앞으로 나아갈수록 난로 앞에 둔 아이스크림 케이크처럼 녹아가는 레나를 보며 소금씨는 눈물을 흘렸어요.
"난, 당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좋겠어요."
소금씨는 흐느끼며 레나에게 소리쳤어요.
눈물이 뺨을 적시며 흐르지 않고 털 속에 스미었어요. 서서히 녹아가던 레나는 그제야 뒤돌았어요. 그리고는 긴 속눈썹과 깊은 초록색 눈동자로 소금씨를 지그시 쳐다봤죠.
"영원히?"
레나는 젖어가고 녹아가고 으스러져가고 있었어요.
레나의 젖은 마음에서 물큰한 냄새가 풍겨왔어요. 그리고 소금씨를 바라본 채로 녹아내렸어요.
녹아내린 레나를 레나라 불러도 될지, 소금씨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레나야, 레나, 레나!"
애타게 불러도 레나는 대답할 수 없었어요. 사라지는 것들이 남기는 메시지를 여전한 우리가 읽긴 힘들거든요. 그렇게 꽤 오랫동안 소금씨는 완전히 녹아 흘러가는 레나를 바라봐야 했어요. 왜냐하면 오늘 소금씨의 꿈은 길고 길었거든요.
"할머니"
엘리의 목소리에 소금씨는 잠에서 깨어났어요.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 할머니라고!"
투정 부리는 엘리의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되었어요. 그리고 다행이다 싶었어요. 엘리가 여전히 곁에 있어서 말이죠.
"엘리, 넌 궁금하지 않아? 내가 왜 고양이인지. 고양이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
"응, 처음부터 할머닌 고양이였고, 충분한 내 할머니니까."
소금씨는 그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충분한 할머니'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는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죠.
충분한 할머니, 그리고 충분한 고양이.
*
"소금, 넌 내 충분한 고양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넌 항상 나에게 사랑을 한가득 주고도 남아."
소금씨는 레나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될까요. 레나는 소금씨를 쓰다듬었어요. 소금씨도 기분이 좋았는지 자신의 얼굴을 레나의 다리에 비볐어요.
"내가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레나는 그저 살포시 웃기만 했어요. 소금씨는 레나의 무릎을 베고 눈을 감았어요. 그러자 레나가 말했어요.
“소금아, 밥 해줘야지. 얼른 젤리 먹어!”
“하, 이게 목적이었군.”
소금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손, 발 모양 젤리를 먹고 쌀을 씻으러 갔어요. 누가 쫓아오지 않는데도 레나는 밥을 허겁지겁 먹었어요. 뚫어지듯 쳐다보는 소금씨의 눈길이 느껴진 레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씹고 있던 밥을 급하게 삼켰어요. 그리고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문장을 그려냈어요. 맛있어요.
“레나, 맛있는 것 먹을 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행복만 느껴.”
*
세월이 많이 흐르고 소금씨의 눈앞엔 레나가 아닌, 엘리가 있어요.
소금씨는 여전히 레나가 했던 말도, 엘리가 방금 전 한 말도 납득가지 않아요. ‘충분하다’라는 단어는 소금씨가 그들에게 준 사랑과 온전히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소금씨는 채워 넣고도 남을 만큼에 사랑을 누군가에게 전해준 적 없다고, 사랑하는 마음 전체가 10이라면 레나에게도, 엘리에게도 5밖에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걸요.
그럼에도 소금씨는 질문해요.
- 제가 누군가에게 충분할까요, 그리고 충분했을까요? 단어가 나를 따라오는 건지 내가 단어를 따라가는 건지 알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