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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Dec 25. 2024

크리스마스

1분소설

  '색깔에는 표정이 없다.' 

  아빠의 묘비명이다.

  크리스마스는 항상 체리와 묘지에서 보낸다. 죽음을 멀리 두고 싶지 않아서다. 체리와 나는 영혼의 색깔을 있다. 멀리 있을수록 영혼의 색깔이 선명해지고 가까이 있을수록 희미하게 보인다.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오랜만이다. 추적거리는 진눈깨비에 시선을 떼지 못하던 체리는 눈발이 거세 질 무렵이 되어서야 내게 말을 건넸다.

  "눈도 비도 아니면 영혼이라 봐도 될까?"

  "좋을 대로."

  누군가는 우리를 위로한다. 남매가 안타깝기도 하지. 그러게 떠도는 영혼을 왜 피하지 않고 더 가까이할까. 그러다 달라붙으면 어떡하려고. 

  나는 대답한다.

  "죽음이 뭔지 아세요? 색깔이 되는 거예요. 색깔은 우리를 해하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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