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색깔에는 표정이 없다.'
아빠의 묘비명이다.
크리스마스는 항상 체리와 묘지에서 보낸다. 죽음을 멀리 두고 싶지 않아서다. 체리와 나는 영혼의 색깔을 볼 수 있다. 멀리 있을수록 영혼의 색깔이 선명해지고 가까이 있을수록 희미하게 보인다.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오랜만이다. 추적거리는 진눈깨비에 시선을 떼지 못하던 체리는 눈발이 거세 질 무렵이 되어서야 내게 말을 건넸다.
"눈도 비도 아니면 영혼이라 봐도 될까?"
"좋을 대로."
누군가는 우리를 위로한다. 남매가 안타깝기도 하지. 그러게 떠도는 영혼을 왜 피하지 않고 더 가까이할까. 그러다 달라붙으면 어떡하려고.
나는 대답한다.
"죽음이 뭔지 아세요? 색깔이 되는 거예요. 색깔은 우리를 해하지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