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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Dec 18. 2024

친구 (우리 글을 멈추지 말아요.)

1분소설

연오는 올해로 삼 년째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가지 사업으로 공간을 활성화시키고 있었고 손님도 꾸준하게 찾아왔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연오는 '벽에 쓰는 작가들의 낙서장'을 만들었다. 줄여서 '벽작낙'(연오는 작명 센스가 좋지 않다. 듣기만 해도 텁텁한 이름을 만들어낼 줄이야.) 그냥 방명록이라 말하긴 뭐해서 붙인 이름이니 감안해 주겠거니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 문장을 시작하지 않으면 여백으로 남을 게 뻔하다. 다수는 늘 누군가의 첫 번째에 기대길 원하니까. 그래서 연오는 첫 시작을 무조건 자기가 해야겠거니 결심했다.



시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럴싸하지 않아도 되어요.
인사 생략하고 마음껏 써주세요.^^
- 책방주인 -


그렇게 써놓고선 바삐 일하느라 '벽작낙'은 쳐다보지도 못했다. 사실 설치했다는 사실조차도 까먹어 버렸다.

그 사이 낙서가 잔뜩 채워져 있는 것이 먼 곳에서도 보였다. 연오는 벽에 다가가 찬찬히 글을 읽어 보았다.


작가는 낙서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써요.
낙서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 서군-
당신은 작가군요.
- 나봄 -
아니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네요.
낙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서군 -
어쩌면 작가는 낙서에 너무 많이 고민하지 않을 거예요.
낙서까지 고민하면 머리가 아플 테니까요.
- 나봄 -
당신이야말로 작가군요.
- 서군 -                                
저는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이에요.
제가 너무 많은 걸 들고 있더라고요.
게워내고 다시 갔는데
글에서 너무 멀어져 있었어요.
- 나봄 -


낙서는 여기서 끊겨 있었다.

예전에 연오 주위에는 글 쓰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꽤 많은 이들이 어떤 이유로 든 간에 글을 멈추기 시작했다.


혼자 쓰는 건 너무나도 외로운 일이다.

혼자 끊임없이 달리는 기분이다.


연오는 서 군과 나봄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 글을 멈추지 말아요.
- 책방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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