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내 Jul 25. 2020

호주의 해변이 나는 참 좋았어! 뜨거운 햇살도 물론!

호주에서의 태닝은 Suntanning이 아니라 Sunburning이야!

호주에 처음 왔던 날, 나는 그날부터 호주의 그 뜨거웠던 태양이 참 좋았다.

피부암 발생률 1위 국가답게 호주의 태양은 정말 뜨거웠는데 그 뜨거운 태양 아래에 있는 시간이 뜨겁다 느껴지지 않았고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뽀얗던 피부 덕분의 나는 잘 타지 않는 살성을 갖고 있었는데 나는 그 밀가루처럼 허여멀건한 피부가 예전부터 참 싫었다. 효리 언니처럼 은은하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늘 갖고 싶었다. 한국의 태양에서는 잘 타지도 않던 내 살갗이었지만 호주에서는 섹시하게 태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 왔던 그 당시에는 선크림도 안 바르고 시드니 이곳저곳을 잘도 돌아다녔다. 자외선 따위는 무섭지 않아! 난 섹시한 올리브 빛 피부를 꼭 만들고 말 거야! 하면서..


호주에서 처음 해변가 왔던 날! Excursion Day!


처음 해변으로 향했던 날은 학원에서 학원 친구들과 다 같이 excursion(소풍)을 갔던 날이었다. 해변가는 처음 가는 거라며 한껏 들뜬 마음으로 페리를 타고 한적한 해변가로 향했다. 페리를 타고 도착한 이곳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프라이빗 비치처럼 외딴곳에 떨어져 있는 바닷가 마을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찌나 좋았던지 들뜬 마음으로 사진을 얼마나 찍어댔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해변가를 돌아다닌 게 어언 1시간 정도였을까? 이상하게 따끔거리는 목덜미에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어서 거울을 봤더니 웬걸? 피부가 빨갛게 익어있었다. 빨갛게 익어버린 내 살갗에 잔뜩 울상을 짓고 있었더니 학원 선생님이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선크림도 안 바르고 열심히 놀았다는 말에  No way!라며 호주에서 선크림은 필수라고 지금이라도 바르자며 가지고 다니는 선크림을 꺼내 내 몸에 한가득 발라주셨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SPF50+의 선크림을 (그 당시에는 호주에서 처음 봤었음) 잔뜩 발라주시고는 호주에서 선크림은 무조건이야! 필수야!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 뒤로 호주에서의 태닝은 썬태닝(Sun tanning)이 아니라 썬버닝(Sun burning)이라는 걸 아주 제대로 깨달았다.


이건 탄게 아니라 익은거야..


선크림 따위도 뚫어버리는 호주의 어마 무시한 태양광은 선크림을 발라도 위험하다는 걸 제대로 느끼고는 다음날 선크림을 사러 화장품 가게로 갔다. 누구한테나 조잘조잘 말하는 걸 참 좋아했던 나는 어제 놀러 갔다가 여기 목덜미가 익어버렸다며 보란 듯이 목덜미를 보여주며 점원 언니와 선크림을 같이 고르며 조잘조잘 수다를 떨었다. 점원 언니는 알로에 수딩젤도 발라야 한다며! 수딩젤도 하나 집어주시고는 너 태닝이 하고 싶으면 오일을 발라보는 게 어때? 하며 코코넛 향이 나는 태닝 오일을 하나 추천해 줬다. 태닝 오일을 바르면 빨갛게 익지 않고 예쁘게 잘 탈수 있다며 자기의 올리브 빛의  매끈한 피부를 보여주는데 순간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장사 잘하는 점원언니 덕분에 나는 제대로 호갱 놀이를 하며 선크림과 수딩젤 그리고 태닝 오일까지 구매를 했다. 


그렇게 선크림과 함께 태닝 오일을 구매한 나는 제대로 된 나의 첫 태닝을 위해 가장 가까운 본다이 비치로 향했다. 처음 본다이에 갔던 그날은 어찌나 신이 났던지 사람이 많아서 북적이는 그 길을 걸으며 신이 난 발걸음으로 해변가로 향했다. 나도 뭔가 자유로운 영혼의 호주 언니들이 된듯한 기분에 괜히 뿌듯해져서는 비치타월을 바닥에 깔고 자리를 잡았다. 호주 오기 전까지 비키니는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던 나는 호주에 온 기념으로 거금을 들여 산 비키니를 개시했다. 비키니를 입기엔 너무나도 귀여운 몸매였지만 who care? 여기 호주에서는 비키니 사이로 흘러나온 뱃살을 창피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대범하게 훌렁 옷을 벗어던지고는 뜨거운 햇살에 한껏 따뜻해진 비치타월 위에 누워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달한 코코넛향이 정말 매력적이얏!


그냥 노래를 들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그렇게 멍하니 아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하늘을 보고 있다가 아차차! 나 태닝하러 왔지!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다가 다시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를뻔했다. 코코넛 향이 나는 태닝 오일을 몸에 열심히 쳐발쳐발 하고 나니 내 몸에서 달달한 코코넛 향이 올라왔다. 값비싼 럭셔리 마사지숍이 따로 없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도 선선하게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도 푹신한 모래도 너무 다 좋았다. 그때부터 나는 태닝을 하는 그 시간이 나의 힐링타임이 되었다. 


태닝을 시작한 그때부터 주말마다 해변을 찾았다.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바닷소리를 듣는 그 시간은 정말 짜릿할 정도로 좋았다. 지금도 시드니에서 가장 그리운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정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Beach! 라고 하지 않을까! 전부터 참 바다가 좋았던 나지만 시드니 생활을 통해 이 바다라는 해변이라는 곳의 매력에 더 빠져버린 듯했다. 그 뒤로 나는 beach girl 이라며 자칭 비치걸을 칭하고 다녔었는데 영어 발음이 살짝 어눌했던 당시의 나는 학원 친구들에게 Bitxx girl로 놀림을 많이 받았다. 그 비치가 그 비치가 아니라고.......


그리운 시드니의 해변가!


크리스마스에도 해변을 찾았고 뉴이어인 1월 1일도 해변에서 맞이했다. 늘 특별한 날엔 나와 함께 해주었던 이곳, 본다이 비치에서 처음 수영을 했던 날엔 엄청난 파도에 휩쓸려서 구조 대원들에게 구조되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그 뒤로는 절대 호주에서 수영은 안 했다고 함..) 그럼에도 바다 냄새는 아직도 참 좋은 걸 어쩌겠나! 발리에서 서핑을 배우면서 파도에 휩쓸려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느꼈던 그날도 바다가 무서워졌던 적은 없었으니 타고난 비치걸(Beach girl)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시드니를 떠올리면 따뜻한 해변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노릇노릇 섹시하게 익어져 갔던 내 살은 호주에서 돌아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새하얀 백설기처럼 돌아오고 말았지만! 그리고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은 결과로 내 생애 만나볼 수 없었던 어마 무시한 양의 기미와 주근깨를 선물로 선사받았지만! 그래도 그 뜨거웠던 태양 아래로 몸을 누이며 이 세상 자유를 다 만끽하며 지냈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을 걷는 그 순간도 코 안으로 넘어오는 그 찝찝한 짠 내마저도 좋았던 나는 아마 이상적인 나의 집을 상상한다면 바닷가의 외딴 오두막 같은 집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너무나도 잘 익어버리는 살과 이제는 자리 잡으면 없어지지 않는 기미가 걱정돼서 태닝 오일은 이미 방구석에 처박혀 지낸지 오래지만 지금도 시드니에 다시 간다면 가장 먼저 나는 해변가로 향하지 않을까 싶다. 

이전 06화 악마의 과자 팀탐을 만나고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