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칭-하기 싫지만 매일 해요

by 바삭

몸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마냥 놀기 바빴던 시기를 지나 슬슬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는 요즘, 헬스장과 병원을 기웃거리며 그간 고생해준 몸과 화해 시도 중이다. 그러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내 몸이 거의 항상 뻣뻣하게 긴장된 상태라는 것이다. 유연성이 없고, 근육과 인대를 쉽게 다치고, 몸 이곳저곳에서 뻐근한 통증이 심심찮게 나타났던 이유도 모두 이 긴장도와 관련이 있었다.


비유하자면 나는 야생의 초식동물 같은 상태다. 그들은 먹거나 쉴 때도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야생에서는 긴장을 늦추는 순간 실제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으니 그러한 반응이 자연스럽다. 나는 네모난 콘크리트 건물 안에 주로 서식하며 냉방병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므로 생명의 위협은 딱히 없다. 근처에는 항상 물과 식량이 있고 비바람을 피해 잠들 집도 있다. 반면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포식자는 지천으로 널려 있다. 먹이 사슬의 하위권에 위치한 나는 매일매일 몸과 마음에 힘을 잔뜩 주고 쫓기듯이 살아가고 있었나 보다.





적당한 긴장감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만 과하면 병이 된다. 나는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일단 힘을 좀 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힘 빼는 데에는 호흡을 길게 쓰고 근육을 천천히 이완하는 스트레칭이 특효약이라기에 이를 습관으로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차분히 한 동작을 유지하는 게 못 견디게 지루해 번번이 실패했다. 스트레칭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요가 매트를 사고, 타이머를 맞춰 두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스트레칭 영상을 스물다섯 개쯤 보고, 스트레칭 전용 플레이리스트까지 만들었으나 별 효과는 못 봤다. 힘을 빼는 것이 목적이었던 스트레칭 운동에 도리어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격렬하게 귀찮아진 나는 '스트레칭이고 뭐고, 대충 하자. 안 되면 말고.'라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원래 30분으로 정해 두었던 스트레칭 시간을 10분으로 대폭 줄였고 그마저도 귀찮은 날엔 5분으로 끝내 버렸다. 매일 30분의 시간을 내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지만 10분 정도는 해볼 만했다. 너무 힘든 동작은 다음을 기약하며 과감히 생략했다. 모든 동작을 15초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도 버렸다. 그런데 이 '대충 하자' 전략이 생각보다 내게 잘 맞았다.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뜨면 좀비처럼 머리를 비운 채 이불을 걷어차고 냅다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몸의 기억이란 참 신기해서 일단 첫 번째 동작을 수행하면 다음부터는 팔다리가 알아서 움직인다.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갈 틈도 없다. 스트레칭과 함께 아침을 여는 사람이 되었다고 몸이 엄청나게 유연해진 건 절대로 아니지만, 엄청나게 부지런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아 뿌듯하긴 하다.


스트레칭이 습관의 영역으로 얼추 들어오긴 했으나 별 재미를 못 느끼는 건 여전하다. 그러니까 여기서 뭘 더 잘해 보려고 욕심을 냈다가는 아예 그만둘 것 같아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대충’ 스트레칭을 한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어도 매일 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부담을 줄여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아침에 늦잠을 자서 스트레칭을 못 한 날에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팔 몇 번 돌리고 '오늘 스트레칭 완료!' 하며 뿌듯해한다. 괜한 걱정에 덧붙이자면 내가 모든 일을 얼렁뚱땅 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서 문제다. 하지만 중요한 일에 제대로 힘을 쓰려면 이런 식으로 힘을 빼고 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힘 빼는 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그냥 대충 하지 뭐' 한 마디면 '야생 초식동물 모드'에서 '힘 빼기 모드'로 전환하기가 훨씬 쉬워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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