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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어를 가르치게 될 줄 몰랐다.

심심한데 자격증이나 따 보자.

by 쭈우 Jan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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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동시에 난 전업주부가 됐다. 

조금은 무기력 생활의 연속이었다.

같은 매일을 살다 보니 점점 나를 잃어가 느낌이었다.


아이가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조금씩 내 시간이라는 게 생겼다. 

아이 하원은 오후 3시 30분.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을 하고 아이의 하원까지는 대략 6시간이다.

갑자기 너무 많은 시간 생겨버렸다.

집 밖을 나가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향도 한몫하겠지만 밖에 나가서 돈과 시간을 쓰며 여유를 부릴만한 형편도 아니었다.


아이가 올 때까지 하루종일 티브이를 보거나 아이가 올 때까지 낮잠을 자기 일쑤였다.

이런 여유시간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나의 고질병인 무기력의 늪에서 허우적거릴게 뻔하다.




돈을 벌볼까? 그렇지만 혼과 동시에 일을 놔버린 경력 단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을 벌 수 없다면 라도 배볼까?

난 원래 공부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

대학도 전공도 점수에 맞춰 대충 선택할 만큼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


젊었을 때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일본이 떠올랐다. 

'그래!  어릴 때 일본을 좋아했지.

이참에 어릴 때 노느라 못했던  일본어 공부나 해볼까?'


해외 경험 1년이면 말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진정한 언어 실력은 1년간 해외에서든 한국에서든 공부를 열심히 했느냐 안느냐의 차이다.

난 말만 조금 가능한 해외경험자였 일본어 문맹이었다.


나는 덜컥 일본어 능력시험반에 등록했다.

이왕이면 자격증이 나오는 게 좋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학원에는 나처럼 [심심해서 공부해]라는 사람은 없었다. 일본 대학에 가야 하는데 급히 자격증을 따야 하는 고등학생, 취업을 위해 꼭 자격증이 필요한 취준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자격증 공부가 쉬운 게 아니구나..'


가벼운 마음에 등록한 학원이었지만 공부는 가볍지 않았다. 나는 몇 달을 그들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으로 살았다.

너무 열심히 했는지 거의 만점으로 합격을 했다.

자격증 공부가 끝나자 다시 또 심드렁한 생활이 이어져갔다.

[방송통신대 일본학과 학생 모집]

우연히 일본어 스터디 카페에서 접한 인터넷 광고에 나도 모르게 이 갔다.


'뭐야? 학기당 45만 원? 학원이 한 달에 15만 원인데.. 학원보다 싸잖아?

그래 남는 시간 싼 값에 교양 쌓는다 생각하고 한번 해보자.'

일본학과에 편입을 했다.

일본의 특성과 일본사람의 심리가 된 배경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공부라기보다는 내 상식이 아주 조금 넓어진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에 걸쳐 난 일본어 자격증과 일본학과 학사학위를 얻었다.

무기력하게 지내 온 시간 속에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짜릿했다.

무엇보다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며 뭔가를 해냈다는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관심 있는 분야를 이렇게라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몇 년 동안 두 개의 성과를 이룬 나는 마치 일본 전문가가 된 기분이었.




아이가 초등학교에 학하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 학원비 내손으로 벌고 싶다 생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다가 내 눈에 띈 [한국어 강사]라는 단어.

'이거 이거 나한테 딱이잖아?'


이 일은 무조건 내가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일본인한테 한국어를 가르치는 건 워킹홀리데 시절에종종 해본 일이다.

그때도 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을 만큼 좋아했다.

전문적 지식이 없이 한국어를 가르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저 일이 재밌었다.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인데 자격증에 또 도전해 볼까? 나중에 늙으면 해외봉사도 다닐 수 있다니 무조건 이 자격증은 따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격증을 써먹든 안 써먹든 어차피 난 시간이 많은 경단녀잖아?

뭐라도 하자.


한국어 교원 자격증국립국어원에서 발급하는 자격으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사 코스를 밟아야 취득할 수 있다. 

수업을 듣고 실무 실습 과정을 거쳐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이 내 손에 들어왔다.

1년 정도 시간을 투자한 것 같다.


심심해서 공부를 몇 년 했더니 난 대학교 학위가 세 개나 된 30대 후반 아줌마가 되어있었다.

이제 슬슬 돈을 벌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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