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는 마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보통 영업시간과 관련해서 문의 전화를 받으면 재료가 소진되는 그때가 마감하는 시간이라고 알려드린다. 고맙게도 지금까지 보통 8시 전후로 마감을 했다.
하지만 그날그날 준비하는 재료의 종류와 양은 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참고로 나는 개발, 똥손, 똥촉이다.) 판매가 이뤄져서 특정 메뉴만 소진되면 그 외 재료들이 어중간하게 남게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그날 준비한 재료는 그날 다 소진하고 남은 건 내가 먹거나 버리기로 다짐했기에
초반에는 남은 재료들을 싸와서 집에서 먹거나 먹기 싫으면 버렸다. 사실 질리는 날이 많아서 자주 버렸다. 이런 날이 반복되다 보니 남은 걸 먹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고 버리는 것도 처음의 각오대로 실천하고는 있었지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에 호주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났다.(내 나이 서른 살 때, 막차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로 갔던 이야기는 브런치 초창기 글 "여보, 나 식당 차릴래 1부"에 언급을 했었다.)
그 당시 일했던 곳은 takeaway(호주에서는 포장판매를 이렇게 불렀던 것 같다.) 전용 일식 전문점이었는데, 직장인들의 퇴근이 시작되는 오후 4시 이후로는 '해피아워'라고 해서 준비된 음식들을 저렴하게 판매를 하여 모두 팔고 영업을 끝냈었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구글링 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도에 신라호텔에서 처음 도입한 고유명사로 나와있다. 뭐, 아무튼 나도 남은 재료를 모두 처리하기 위해 해피아워를 시도했다. 간단히 말해 떨이 개념이지만 떨이라는 어감보다는 해피아워가 조금 더 행복하고 긍정적인 이미지여서 이 단어를 쓰게 됐다.
가게 앞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지 않기에 와이프가 활동하고 있는 맘 카페에 글을 올려봤다. 역시나 연어 뼈 드림과 마찬가지로 반응이 바로 나타났다. 초밥의 구색은 빈약하지만 정가보다 20~30% 가량 할인된 가격에 선착순으로 소량만 판매한다고 글을 올렸더니 사겠다는 분들이 1분도 안돼서 연락이 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연어 뼈 드림 이후로 우리 가게 아이디로 게시물이 올라가면 알람을 받을 수 있게 설정하신 분들이었다.
그렇게 연락이 닿아 우리 가게로 오신 손님은 포장된 초밥을 받고서 우리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감사할 일이다. 나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해피아워를 하면서도 나에게는 적게나마 이윤이 남는다. 하지만 손님도 기분이 좋고 나도 기분이 좋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대로 당일 준비한 재료들을 모두 소진할 수 있어서 좋고, 고객은 고객대로 초밥을 더욱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서 서로 윈윈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큰일이다. 요즘은 내가 준비하는 재료의 양이 거의 딱 맞아떨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