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몸이 먼저인 순간들

아이스멜팅 북의 마지막 툴, 움직임 놀이에 대하여

by 서유
둘씩 짝지어 마주 선다.
손가락을 맞댄다. 닿을 듯 말 듯하게.
단 몇 초만 머물러도,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걸 느낄 수 있다.


연극놀이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다.

'거울놀이'의 변형 버전이랄까.

마주 선 상태에서,

진행자는 거리를 지정한다. 1cm, 10cm, 30cm, ...

그리고 움직이라고 한다. 단, 거리를 유지하면서.


드디어 첫 책 '아이스멜팅 모음집'의 1차 정리가 끝났다.

27개의 툴을 실었는데,

그 중 마지막 툴이 이 움직임 놀이 툴이다.


내 책을 함께 검수해주던 친구가 물었다.

"누가 먼저 움직일지 지정해주는 게 더 낫지 않아?

둘 중 한 명이 먼저 움직이게 하고,

그 다음 다른 사람이 또 리드해보게 하고."

진행자를 위한 책인데,

일단 읽는 사람이 이해하고 할 수 있어야지 않겠냐고.


물론 그렇게 하면 쓰는 나도, 읽는 이도 쉽다.

하지만 나는,

애매한 순간에 삐져나오는 에너지를 목격할 때 짜릿하다.

그 모먼트에 대해 공유하고 싶었다.


초면일 확률이 높은 두 사람이 손가락을 마주 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아이컨택의 부담은 줄여준다. 손가락과 상대방을 번갈아 보면 되니까.)

어라, 움직이라고 하는데, 누가 먼저 움직여야 되지?

내가 먼저? 상대방을 따라가기?

그 짧은 갈등의 순간을, 많은 사람들이 견디길 싫어한다.(!)


한국인들은 명확한 가이드에 기대는 걸 선호한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효율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 툴에서는,

감각의 주도권을 참여자에게 넘기고 싶었다.

눈치를 보기도 하고, 조심스레 따라 하기도 하고,

때론 과감하게 리드해보기도 하며

몸을 통해 관계의 리듬을 감각하는 과정.


사람을 향한 감각이 열리는 순간.

이 레이더를 개발하는 것.

나는 이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이런 툴을 실제로 진행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나야 경험이 많아서 참여자들의 리듬을 조율하는 데 익숙하지만,

움직임을 동반하는 진행이 누구에게나 쉬운 건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일,

엉덩이 한 번 떼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해서 이 마지막 툴만큼은,

참여자들의 역동에 기대어 가라고 해주고 싶다.

물론 그 전에 기회가 된다면

본인이 먼저 경험해보는 걸 추천!


#진행자의집착 #아이스멜팅 #아이스브레이킹 #참여자중심설계 #MC서유



(실제 사진이 없어서 ai로 만들어봤는데 느낌이 영 안 살아서 서운함)



진행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또 다른 글을 참고해주세요. :)


1) <나는 왜 이름표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1 : 이름표

2) <나는 왜 의자 간격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2 : 공간

3) <나는 왜 브금BGM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3 : 배경음악

4) <나는 왜 포스트잇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4 : 메모

5) <나는 왜 사전 설문에 집착하는가>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05 : 사전 설문

6) <진행의 본질 : 참여자 중심 설계> - 진행자의 집착 시리즈 번외편


궁금한 점이 있거나 제안이 있다면 언제든 dynamicmaker.seoyou@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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