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 전시회에 다녀왔다. 커다란 꽃바구니를 들고. 꽃바구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의 동서.
동서는 전시회를 위해 바리스타로 일하는 틈틈이 작품을 구상했다. 나이 들며 유독 마음이 끌린다는 동백과 함께 그에 어울릴 글귀를 뽑아내고,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을 오마주하며 그에 어울릴 문구도 고심했다.
그 시간을 거쳐 동서의 손끝에서 탄생한 <어떤 결심>과 <꽃 한 조각>.
"마음이 많이 아플 때 /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 몸이 많이 아플 때 / 꼭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이해인, <어떤 결심>)
"꽃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떨어지니 슬픔 어이 견디리"
동서는 오랫동안 이런저런 배움에 몸 담으며 자신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 헤맸다. 손에 바늘과 실을 들기도 하고, 카메라를 잡기도 하고, 진흙을 묻히기도 했다. 붓을 잡고서는 세밀화를 그리고 수채화를 그리기도 했다.
마침내 붓은 캘리그라피에 이르렀다. 그리고 만개했다. 놀라운 여정이다.
캘리로 이루고 싶은 동서의 꿈은 작품 활동을 하며 강의를 하는 것이다. 대전 주보 공모전에도 당선되고, 다니는 성당 주보에도 2주마다 정기적으로 글씨를 싣고 있으니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인다.
동서를 벗 삼아 꿈을 꾼다. 눈을 감는 그날까지 동서는 글씨를 쓰고 나는 글을 쓰는 꿈.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이다.
ps.
전시회를 관람하고 동서의 안내로 신리성지에 다녀왔습니다. '내륙의 제주도'라 불리는 곳이라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습니다. 혹, 관련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