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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Jul 26. 2024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들

방학을 맞은 막내와 미술관을 순례 중이다. 지난주에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 다녀왔다. 오랜만이었다. 노원구에 위치한 북서울미술관은 자주 발길이 닿지 않는다. 노원구는 서울의 동쪽 끝에 있고 나는 서울의 서쪽 끝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로 갈까 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려 차로 다녀왔다. 지하철로 가나 차로 가나 시간은 얼추 비슷하게 걸리지만 도저히 폭염을 뚫고 지하철로 다녀올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북서울미술관은 주차장이 넓어서 여느 시립미술관과는 달리 주차 걱정이 없다. 게다가 주차비도 저렴하다. 내게는 세 자녀 다둥이카드(2자녀는 30%, 3자녀는 50% 할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은 북서울미술관. 미술관에는 4개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모두 무료). <소원을 말해 봐>,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 <투명하고 향기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서도호와 아이들: 아트랜드>. 


가장 먼저 둘러본 전시는 <서도호와 아이들: 아트랜드>( 2025년 12월 31일까지 전시)였다. 이 전시는 미술관 입구 옆 전시실에 마련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거대한 점토 숲이 눈에 띄어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니 그야말로 점토 왕국이다. 갖가지 모형의 점토가 책상 위에, 기둥에 빼곡했다. 팸플릿을 보니 이 점토들은 관람객이 전시에 참여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14,000명이 넘는 어린이가 참여했다고 하니 작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을 듯하다(참여 행사는 지난 2월에 끝났다).   


작품은 내년 연말까지 전시한다.  



다음으로 둘러본 전시는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이었다. 이 전시는 뭐랄까, 좀 난해했다. 여기에 전시된 작품들은 동일한 캐릭터(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것이다. 말하자면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에게 '앤리'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이를 활용해 15명의 작가가 각자의 주제로 작품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주도한 작가는 1990년대 두각을 나타낸 미술가 '피에르 위그'와 '필립 파레노'라는데, 이들은 앤리의 이름으로 협회를 세워 이 가상의 주인공 앤리에게 저작권을 이양하였으며, 2002년 12월에는 앤리를 재현의 세계에서 해방시켜 주기로 결정, 아트 바젤이 열린 마이애미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연출하고 그 속으로 앤리가 사라졌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이렇게 앤리는 해방과 함께 죽음을 맞았지만,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있는 반아베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미술관이 전체 프로젝트를 인수한 것은 예술의 개념, 매체, 형태, 권리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게 한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고 하는데, 사실 그 의미가 썩 와닿지는 않았다.  


이 전시는 8월 4일까지 열린다. 


이케아의 DIY 제품을 활용한 조 스칸란의 '죽은 채 도착 셀프 조립(앤리)'(좌)과 릴리 플뢰리가 만든 잡지 '사과 속 벌레'(우).


다음으로 둘러본 전시는 <소원을 말해 봐>였다. 이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섹션은 개인의 불안, 고립 등의 사회적 징후들이 무속, 신화, 설화 속 ‘유령’과도 같은 존재를 통해 소통과 화해, 공생으로 바뀌어 나가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나오미, 제이디 차, 권희수, 다발 킴이 참여했다. 


 번째 섹션은 마치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지니처럼 내적 결핍을 해소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관람객을 작품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관람객이 내적 충만함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각각의 체험에 모두 참여했는데 꽤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여기에는 홍근영, 신민, 이원우, 김한샘이 참여했다. 


이 전시도 8월 4일까지 열린다.


제이디 차의 '바다 할미'(좌)와 다발 킴의 작품들(우).


마지막으로 둘러본 전시는 <투명하고 향기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이었다. 이는 비누를 조각의 재료로 사용하여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신미경 조각가의 전시다.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천사 입상을 만날 수 있다. 


신미경 작가의 작품은 10여 년 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접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화장실 세면대 위에 커다란 비너스의 두상을 올려놓았는데 그것을 비누 대용으로 쓰게 해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의 작품을 이곳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이 전시실 옆의 또 다른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자신이 상상하는 천사의 모습을 그려보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는 관람객이 향유를 골라 종이 위에 자유롭게 뿌린 다음 번진 향유를 따라 색연필로 색칠을 하면서 천사의 모습을 표현해 보는 체험이다.  


이 전시는 내년 5월 5월까지 열린다. 


북서울미술관은 실내뿐 아니라 야외 공간도 넓어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은 미술관이다. 피서 계획이 없는 가족이라면 다양한 전시도 볼 겸 나들이 삼아 방문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ps. 

돌아본 전시 중 <소원을 말해봐>에 관한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습니다. 혹, 관련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s://omn.kr/29j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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