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로 이사 간 지인의 집에 집들이를 갔다가 미끄러지며 무릎을 다쳤다. 지하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전날 폭우가 왔으니 아무리 지하 주차장이라 해도 빗물이 고여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멍이 들긴 했지만 무릎이 붓지 않아 얼음찜질만 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집들이 내내 얼음찜질을 하고 돌아오는 길, 무릎에 커다란 돌덩이가 하나 매달린 듯 다리가 무겁고 통증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집 앞 병원에 들렀다.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며 별일이야 있을까 싶었는데 의사가 말했다. 슬개골에 미세하게 금이 갔다고. 의사가 보여주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허벅지 뼈와 정강이 뼈가 맞닿는 앞쪽에 자갈돌처럼 생긴 자그마한 뼈가 붙어 있다. 그 뼈의 이름이 슬개골이었다.
의사는 깁스를 할 정도는 아니라며 그래도 완전히 나으려면 8주 정도 걸릴 거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긴 기긴에 웃음이 났다. 의사는 일주일치 약을 처방하며 2주마다 와서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했다.
"쪼그려 앉거나 과도하게 무릎을 굽히지만 마세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덤벙거린다. 덤벙거림은 넓게 보고 살피는 자세가 부족해서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체화되지 못한 그것은 좀체 발현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그 덤벙거림이 문제가 되는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이제는 작은 충격에도 다치고 회복도 더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다. 늙음은 정신이 아니라 몸으로 온다.
다친 지 열흘이 지났다. 무릎에 매달려 있던 돌덩이 느낌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절뚝거리며 걷고 있다. 예전처럼 걷기에는 불편감과 미세한 통증이 아직 무릎에 남아 있어서다.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올 때면 통증은 더 선명해져서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제는 덤벙거림도 몸이 보내는 신호도 무시하지 않기로 한다.
ps.
다친 이야기를 '슬개골의 일침을 새겨듣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습니다. 혹, 관련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