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을 택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창업 자금으로 5천만 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 계기였다. 나라의 지원을 받아 친구와 함께 상품을 개발해 사업가로서의 길을 걸었지만 3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첫째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해 친구에게 전권을 넘기고 손을 털고 나왔다. 이후 공학 석사의 길을 택했다.
지난 21일 첫째의 졸업식이 있었다. 온 식구가 축하하기 위해 첫째의 학교로 향했다. "굳이?"라는 첫째의 반응에도 남편과 둘째는 월차를 내고 합류했다. 졸업식이 끝난 후 첫째가 애정하는 학교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스티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단골 찻집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태어나 스티커 사진이라는 것을 처음 찍었다. 거리에서 스티커 사진관을 흔하게 보긴 했지만 그곳에서 사진을 찍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젊은이들이 놀이 삼아 노는 장소라고만 생각했던 탓이다. 그런데 그곳에 발을 들이고 보니 이리 재미난 곳이었나 싶을 만큼 즐거움이 일었다.
남편에게도 내게도 생소한 장소. 그곳에서 아이들의 안내에 따라 머리띠를 두르고 사진을 찍었다. 커다란 생쥐 귀를 달고서 사진을 찍기 위해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남편과 내 모습은 그야말로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정겨웠다.
예전에는 가족사진을 찍으려면 사진관에 갔다. 잘 차려입고 사진사가 요구하는 대로 표정과 포즈를 취하며 찍었다. 그런데 스티커 사진을 찍고 보니 그곳에서의 사진은 영 재미가 없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표정과 몸짓이 저절로 나왔다.
젊은이들이 왜 이곳을 즐겨 찾는지 알 것 같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찍는 과정도 고스란히 동영상으로 내려받을 수 있으니 추억 쌓기에 이보다 좋은 놀이터가 있을까!
둘째를 낳고 한동안 아이들로 인해 나의 세계가 축소되었다고 생각하며 우울해했던 적이 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나의 세계는 아이들로 인해 축소된 것이 아니라 확장되었다. 아이들이 아니었더라면 전혀 발걸음조차 하지 않았을 세계가 수두룩하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인간이 접할 수 있는 세계는 가족의 수만큼 확장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나의 세계에 더해 가족으로 인해 다가드는 세계가 있으니 말이다.
다가드는 세계. 그 세계는 신대륙과도 같다. 지구상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발견하지 않고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았던 신대륙처럼 그 세계는 눈을 맞추지 않으면 존재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가드는 세계에 더 깊은 애정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다가드는 세계에 눈을 맞춘다. 그리고 환호한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ps.
다가드는 세계에 처음 눈을 떴던 이야기를 '무익함의 형벌에서 시지프가 본 것'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오마이뉴스에 송고했습니다. 혹, 관련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