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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야 Apr 13. 2024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

나의 언덕, 나의 아버지

  


 

  이전 글에서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라는 속담을 언급하며 나도 누군가의 언덕이 되어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었다. 글을 쓰고, 가만히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 내게 그 언덕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답을 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의 언덕은 나의 아버지이다.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버지와 단둘이 있을 때이다. 사실 행복이라는 표현보다는 ‘편안하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래서 평소 마음이 복잡하거나 refresh가 필요한 순간이 되면 본가에 내려가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와 단 둘이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세차하고, 군것질도 좀 하고, 가끔은 생산성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한다. 특별하지 않은 이런 일도 당신과 함께라면 특별한 순간이 된다.   


 언젠가부터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우의 수를 따지고, 현태를 머릿속에서 정리하며 돌발사항이 생겨도 바로 대처할 수 있게끔 몸과 마음을 준비시키는 습관이 생겼다. 무의식적으로 이러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해졌다. 그런 내가 이것을 내려놓는 순간이 당신과 같이 있을 때이다. 무언가 문제가 생겨도 당신이라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가 내가 나를 오롯이 내려놓는 유일한 순간인 것 같다. 의지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그것이 특히나 나의 아버지라는 점은 크나큰 축복인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성을 찾을 때 나와 닮은 사람이 아닌 당신과 닮은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날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함께 살아갈 x가 당신과 같은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별 걸 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내 등을 편안하게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얼 더 바랄까.


 언젠가 찾아올 당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이기적으로 말하면 당신이 없는 세상은 내 유일한 안식처가 사라진 세상. 사실 그 정도의 슬픔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감히 추측조차 하기 힘들지만 확실한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순간이 와도 후회가 없도록 최대한 지금 그 미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의 언덕, 나의 아버지  



저는 평소에 노래 듣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제가 즐겨 듣는 노래 가운데 글과 가장 어울릴 법한 노래를 추천해드리려 합니다.


이번 글의 추천곡은 산들님의 '나의 어릴 적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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