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라는 속담을 언급하며 나도 누군가의 언덕이 되어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었다. 글을 쓰고, 가만히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 내게 그 언덕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답을 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의 언덕은 나의 아버지이다.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버지와 단둘이 있을 때이다. 사실 행복이라는 표현보다는 ‘편안하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래서 평소 마음이 복잡하거나 refresh가 필요한 순간이 되면 본가에 내려가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와 단 둘이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세차하고, 군것질도 좀 하고, 가끔은 생산성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한다. 특별하지 않은 이런 일도 당신과 함께라면 특별한 순간이 된다.
언젠가부터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우의 수를 따지고, 현태를 머릿속에서 정리하며 돌발사항이 생겨도 바로 대처할 수 있게끔 몸과 마음을 준비시키는 습관이 생겼다. 무의식적으로 이러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해졌다. 그런 내가 이것을 내려놓는 순간이 당신과 같이 있을 때이다. 무언가 문제가 생겨도 당신이라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가 내가 나를 오롯이 내려놓는 유일한 순간인 것 같다. 의지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그것이 특히나 나의 아버지라는 점은 크나큰 축복인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성을 찾을 때 나와 닮은 사람이 아닌 당신과 닮은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날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함께 살아갈 x가 당신과 같은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별 걸 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내 등을 편안하게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얼 더 바랄까.
언젠가 찾아올 당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이기적으로 말하면 당신이 없는 세상은 내 유일한 안식처가 사라진 세상. 사실 그 정도의 슬픔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감히 추측조차 하기 힘들지만 확실한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순간이 와도 후회가 없도록 최대한 지금 그 미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의 언덕, 나의 아버지
저는 평소에 노래 듣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제가 즐겨 듣는 노래 가운데 글과 가장 어울릴 법한 노래를 추천해드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