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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야 Apr 27. 2024

최선이란 무엇인가.



 어릴 때는 막연하게 기력이 다할 때까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힘듦은 최선에 비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연관성은 있겠지만 당연하다시피 그냥 단순히 많이, 열심히만 한다고 그게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장거리 달리기 선수가 기존에 하던 페이스조절을 뒤로하고, 처음부터 100m 선수처럼 뛰면 어떻게 될까 당연하게도 100m에서 얼마가지 않아 힘들어 주저앉고 말 것이다. 그렇게 반복하여 장거리 코스를 완주하면 어떨까 당연하게도 기록은 기존의 기록보다 터무니없이 느릴 것이다. 아니, 애지당초 완주는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선수 개인에게 축적되는 피로는 어떨까. 또 당연하게도 후자가 훨씬 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옛날의 나의 허점이다. 부끄럽지만, 당시 난 일차원적으로 얼마 큼의 노력을 기울였는가가 결과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꾸준하게 하되 완급조절을 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시간의 밀도를 높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다 보니 내가 더 성장하고, 최선의 밀도를 더 키우기 위해선 먼저 나 자신에 대해 먼저 많이 알고 있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마다 고유의 성격이 있듯 일을 진행하거나 공부를 함에 있어서도 본인에게 맞는 방법이 있다. 벼락치기나 밤을 새우는 것과 같이 남들이 추천하지 않는 그런 방법도 사람에 따라선 훌륭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최대한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내게 맞는 방법을 찾고, 그것들을 잘 활용하여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며 종국엔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집착했다. 그런 나의 집착이, 나의 최선이 중첩되니 이전보다 뭐든 더 잘 해낼 수 있었고, 성장해 가는 스스로가 뿌듯했다. 그 당시의 나의 최선은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위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잠깐의 뿌듯함과 성취감 후에 공허함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게 공허함에 젖어 사색에 빠지다 문득 막연하게 높은 성적과 많은 성과를 위한 길이, 나의 최선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 맞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렇게 노력해서 얻은 그것들이 내게 가져다주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했다. 어쩌면 나는 근원적인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감으로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성적과,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일을 폄하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만일 훌륭한 성과를 위한 길과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과연 전자가 정말 최선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사람마다 본인에게 맞는 방법이 다 제각각이었던 것처럼 본인이 가장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가치 역시 다를 터. 그 가치가 만일 높은 성적과 좋은 결과가 아니라면 누군가에겐 혹은 내게 있어서 지금껏 내가 최선이라 외쳐온 것들이 실은 최선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그 가치가 높은 성적과 좋은 결과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말로 맞는지, 아니면 필자처럼 의무감으로 포장된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이 무엇인지는 명확한 답이 없다. 나 역시도 모른다. 그럼에도 현재의 내게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그 과정자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최선의 방향성이고  또, 후에 약간의 아쉬움은 있을 수 있더라도 지난 일에 미련과 후회가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선이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이번 글의 추천 곡은 Billy Joel님의 Piano Man입니다.

독자분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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