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군 복무,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고민하고 있는 이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내게 어려운 숙제이다. 십수 년간 해당 문제를 고민하고 푸는 과정에서 상세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적어도 몇 가지 진리는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스포츠계에는 'utu, dtd'라는 나름 유명한 말이 있다. 풀어보면 'up team is up, down team is down', 직역하면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이다. 문장만 놓고 보자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에 살을 보태보자면 궁극적으로 이 문장이 하고 싶은 말은 '진정 실력이 있다면 초반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지라도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간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근본적인 사실을 우리는 가끔 잊거나 의심하며 살아간다.
지금은 사정이 생겨 그만뒀지만 필자는 2년 정도 학원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었다. 그 기간 동안 꽤 많은 학생들을 지도했지만 개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처음 학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아직 학생들에 대해 잘 모를 때부터 눈이 갈 정도로 열심히 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시험만 치면 실력에 비해 말이 안 될 정도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필자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사실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의 실력이 되면 풀이과정만 봐도 어느 정도 그 학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한동안은 근무시간이 아닌 사적인 시간에서도 ‘왜 그런가’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원인은 바로 시간분배였다. 그 친구는 개념의 원리와 본질을 완전히 이해하고 머릿속에서 정리할 때까지 그것만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문제를 푸는데 투자하는 시간이 적었고, 더군다나 개념이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계속해서 생각하면서 풀다 보니 빠르게 문제를 풀어내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평소엔 어려운 문제도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대부분 풀어냈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내신시험에서는 그리도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한 번은 그 학생이 찾아와 본인이 하고 있는 공부방법이 잘못된 것이냐고 물어보며 상담신청을 했었다. 그때 자신 있게 네가 걷고 있는 길이 맞다고, 하던 대로 계속 걸어가라고 조언했다. 필자는 그 학생이 ‘UTU DTD'의 'Up Team'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에 학년이 올라가고 개념이 복잡해지면서 다행히도 그 학생은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내가 강사를 그만둘 시점에서는 그 학원에서 가장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되어있었다. 사실 비단, 그 학생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은 문제를 위한 공부보다는 수학의 본질을 관통하여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었다. 문제풀이를 위한 공부법은 빠르게 올라갈 수는 있을지언정 본질을 확실히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학생들만큼 높이 올라갈 수는 없었다.
#일본 어느 기차역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삶의 방향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 좋은 결과를 위한 길을 걷기보다 좋은 과정을 위한 길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본질을 위한 길을 걷다 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비록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설령 남들보다 느릴 수도 있지만 그 일련의 시간들이 모여 ‘본질적인 힘’이 강한 사람이 된다면 분명 언젠가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
'저는 딸에게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으면 스펙을 관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시간에 네 본질을 쌓으라고 하죠. "기준점을 밖에 찍지 말고 안에 찍어,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별을 만들 수 있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니까, 그러니까 본질적인 것을 열심히 쌓아둬."'
-'여덟 단어' 박웅현-
필자가 좋아하는 위 책의 나오듯 본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올라가게 되어있고, 내려갈 사람은 언젠가 내려가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항상 자만하지 않고 겸손해야 하며 묵묵히 실력을 쌓기 위한 길을 지향해야 한다.
'기회는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 선물처럼 찾아온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는 건 준비된 사람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