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못났다고 느껴진건 기시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가장 경계해야만 했던 나의 모습이 어느순간 비집어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스무살 가장 철없을 시절의 모습들이 삐져나오기 시작한 것들은 갑자기 어딘가 기댈 구석들이 생기기 시작한 후 부터였다.
8년을 알고 지낸 선배한테도 아직 존댓말을 쓰는 나는 그 선배가 만날때 마다 언제까지 존댓말 쓸거냐고 묻는다. " 저 말 놓으면 편해지고 그러면 사람 막대해요. 이게 선배와 저의 마지막 방어선이에요. 제가 선배한테 막대하면 어떡해요." 그래놓고서는 가장 그러지 말아야지 했던 사람들에게 막대하고있었다.
어딜가나 맏이처럼 행동해야했던 내가 어느새 징징거릴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서 좋았다. 자꾸 어린애 처럼 어리광부리고 투덜대고 밑바닥보이고 못난모습들을 맘 편히 보이는게. 왜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미란이가 은희에게 "가족이라곤 하나 없는 내가 너가 좀 만만하면 안되냐?"고 했는지 이해가됬다. 내 주변엔 어느 하나 만만한데가 없어서, 내가 가족의 만만한 구석이니까 내 만만한 구석을 밖에다 찾았나보다. 그게 안좋은 일인데, 그런거 이제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 자꾸만 나보고 귀엽다 귀엽다 하니까 진짜 그런거같아서 정말로 날 사랑해주는거 같아서 거기에 자꾸만 신나서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