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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Dec 15. 2020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야.” 어릴 때 내가 제일 많이 하고 다닌 말이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에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어떻게 살아. 누구는 할 줄 몰라서 안 하냐.”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확히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인생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지 못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방황한다. 여기서 ‘하고 싶은 일’은 무언가를 할 때 깊게 몰입되어 행복을 느끼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거나, 금전적인 이유들로 현실과 타협한 일 일것이다.


한 번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술을 마신 적이 있다. 한 친구는 ”나는 광고 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어. “라고 말하길래 이해가 안 된 나는 ”왜? “라며 되물었다. 그 친구는 광고디자인을 하고 싶지만 전공이 아니었던 것을 준비하기 위해선 금전적인 부담과 모험을 감수해야 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봤을 때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이 먹고살기에 좋다는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런 친구의 말에 나는 부정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책에서 보았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20대는 뭐든 할 수 있지만, 뭐든 할 수 없어서 포기하는 과정”이라는 말. 하고 싶은 걸 도전하기에 충분하고 제일 빠른 청춘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기대하는 부모님의 시선, 사치 없는 일상생활도 어려운 금전적인 문제의 현실이 그 한마디로 모두 느껴졌다.

‘좋아하는 일’이 나의 직업이 되는 덕업 일치는 물론 축복받은 일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못한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면 스트레스가 된다.”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취미로 했을 때는 즐기면서 했던 일이 직업으로 바뀌면서 현실적인 밥벌이가 되어 잘해야 되는 일로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낭만과 현실의 균형을 맞춰나가면 어떨까.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못한다고 해서 제쳐두거나 포기하지 말고,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서 꾸준히 즐겨보자. 눈치를 보거나 현실에 타협할 필요 없이 ‘또 다른 나’로서의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만들어가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이 두 가지가 균형이 잡힐 때 오히려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취미 생활이나 버킷리스트로 하나씩 이뤄가면서 우리는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면 된다.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에서 나태주 시인은 말한다.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어린 시절에 자기가 꿈꾸었던 자기를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만나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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