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의 나의 세계

몰입의 기쁨

by Bora

어느 날 막내딸이 물었다.
“엄마 작가야?”
“잉, 무슨~” 쑥스럽지만 기분이 우쭐했다.
지난해 아이들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엄마가 책을 읽고 컴퓨터 앞에 자주 앉는 모습을 눈여겨보았나 보다.


창문 너머로 하얀 홀씨들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다. 문득 입김이 날리도록 추운 겨울이 지나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뒷동산에 꽃 봉오리가 수줍게 미소 짓던 나른한 봄날이 기억난다. 태어나 자란 외딴 산 아래 집에서 12년 동안 살다가 익숙지 않은 동네 한가운데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때쯤 나는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밖에 나가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새로 이사 온 집은 전에 살던 집과는 달리 집 주위로 높은 담과 튼튼한 나무 대문이 나를 보호하듯 감싸 안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모든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하물며 오빠들이 빌려온 무협지와 뒤죽박죽 섞인 신문지 더미 가장 밑에서 진한 화장기 얼굴에 이상야릇한 옷을 입은 ‘선데이 서울’이라는 잡지까지 말이다.


중학생이 되어서 시내에 있는 책방을 알게 되었고 나름 문학 서적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나의 십 대는 죄와 벌과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러시아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안나의 일기를 통해 독일을, 페스트를 통해 프랑스를, 마지막 잎새를 읽으며 미국을 그리고 대지를 읽으며 중국을 마음속으로 동경했다.
20대에는 기독교 단체에서 성경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유럽과 북미 작가들이 쓴 기독서적을 읽으며 선교적 마인드로 세계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 가슴으로 만 품었던 세계를 스믈셋에는 현실적으로 발을 딛게 된다. 그 첫 방문지는 아름다운 밤을 자랑하는 홍콩과 가가호호 불상이 있던 대만이다. 가로수가 오디나무였던 우즈베키스탄과 상가 간판까지도 예술품 같았던 프랑스, 계곡물 빛이 옥색이었고 그림처럼 아름다웠던 스위스, 회색빛이 돌던 붉은 광장의 체코, 검소함이 시민들 삶에 뿌리 깊게 배어있던 독일을 기억한다. 몽골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끝없이 펼쳐진 들꽃의 초원을 보며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 ‘라는 강한 충동이 있었다. 결국 2년 뒤에 나는 신혼여행으로 또다시 몽골을 방문했다. 결혼을 앞두고는 인도와 네팔 신혼 때는 연해주의 나호드까와 캐나다 그리고 임신 6개월에 간 태국이다. 그러다가 2007년 6월, 30개월 된 아들과 6개월 된 딸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과 정착한 곳이 케냐이다.
10대에는 세계작가들이 쓴 책을 통해 다른 나라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면 20대에는 선교라는 이름으로 몇몇 곳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참으로 행복하고 글을 쓸 때 몰입의 기쁨을 느낀다.
올해 내 개인적인 소망은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결코 쉽지 않다. A4 한 장을 채우는 것은 노동과 다를 바가 없다. 자유로운 몸과 영혼을 불편한 의자에 앉히는 습관이 참으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력하련다. 내 평생에 책을 가까이하고 글을 쓰며 ‘나로서의 나의 세계’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