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당신을 보던 날, 착하고 순수한 남자라는 생각을 했지요. 전형적인 교회 오빠처럼요. 서른둘의 나이에도 마치 연애를 처음 하는 사람처럼 나를, 만나러 오던 모습을 기억해요. 살며시 웃으면서 설레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참 성실하고 거짓이 없던 그때처럼 스물셋 해를 살았지만 그 변함없는 맘에 정말 고맙고 감사해요.
당신은 나를 참 존중해 주는 사람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냥 믿어주고 지지해 주지요. 그 자체가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요즘 당신이 갱년기인지 전에는 내가 잘 다루지 못하는 컴퓨터 작업도 종종 도와주었는데, 이젠 그것도 스스로 해보라고 하네요. 자신보다 유튜브를 보면서 배우면 이해가 더 잘될 거라면서. 처음엔 그게 서운했는데 이젠 혼자서 아주 천천히 엑셀도 배워서 간단한 서류와 재정도 정리하고 사진 편집도 해보고 PPT도 만드려 보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이런 작업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참 많이도 당신을 의지했고 번거롭게 했구나 싶어요.
지금껏 당신과 살아오면서 젤 미안한 점은 신혼 때 내가 너무 사역에 만 집중한 나머지 아이도 나중에 낳자고 했잖아요. 당신이 늦은 나이에 신학대학원공부하면서 주말에 집에 오는 날이면 종종 선교회 청년들을 집에 불러서 밥을 먹고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았고요.그때를 생각하면 참 미숙했고 미안한 점이 많아요. 당신은 그게 서운했는지 나에게 "늙어서 보자"라고 했던 말 기억나요? 그런데 진짜 요즘 당신이 그런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 또한 당신의 시간과 선택을 존중한답니다. 나와 너무나도 다른 당신이지만 정말 사랑한답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의 당신, 우리 예쁘게 늙아가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