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바람, 숯
야외 돌 위에 가만히 앉아서
높은 하늘에 뜬 달님을 올려다보니
주위로 달무리가 보인다
금세 다시 올려다본 하늘은
깊은 바다처럼 온통 검기만 하다
숯을 피워서 물 한솥을 올려놓은
부엌에선 바람을 타고 일산화탄소가
이리저리로 휘날리는가 싶더니
내 코끝에 닿는 순간,
숨이 턱 하니 막혀온다
중산층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숯으로 지은 음식을 먹고 자랐을 것이다
내겐 숨통을 조여 오는 이 냄새가
그네들에겐 그저 정겨우리라
피부를 힘껏 잡아당기던 건기가 지나고
빗님이 오시려나보다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