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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과 산책
밤새 비가 온 다음날엔 집주위로 보이는
초록 숲은 출렁이는 파도처럼 쉼 없이 춤을 춘다.
투박한 텀블러에 진한 아메리카노를
가득 담아 커다란 검은색 철문을 나선다.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나서 쉴 만도 한데
소강당에 열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두서너 명은 마이크를 잡고
어떤 이는 드럼을, 어떤 이는 키보드를 치고
어떤 이는 홀로 노래를 리드해 간다.
물이 잔뜩 빠진 긴 청치마 주머니에 담아 온
민트색 박하사탕을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반짝반짝 유이나는 검은손 안으로
한알씩 쥐어주곤 부끄러운 듯
강당을 황급히 나선다.
저 멀리로 보이는 진흙길을 호탕하게 웃으면서
때론 홀로 사뿐사뿐 걷고 싶기도 하지만
발걸음이 선뜻 나서지 못함은
어떤 두려움과 피곤함이
뒤섞인 마음 때문일 것이다.
아, 나는 여전히 이방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