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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오후

사탕과 산책

by Habari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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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온 다음날엔 집주위로 보이는

초록 숲은 출렁이는 파도처럼  없이 춤을 춘다.

투박한 텀블러에 진한 아메리카노를 

가득 담아 커다란 검은색 철문을 나선.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나서 쉴 만도 한데

소강당 열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두서너 명은 마이크를 잡고

어떤 이는 드럼을, 어떤 이는 키보드를 치고

어떤 이는 홀로 노래를 리드해 간다.


물이 잔뜩 빠진 긴 청치마 주머니에 담아 온

민트색 박하사탕을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반짝반짝 유이나는 검은손 안으로

한알씩 쥐어주곤 부끄러운

강당을 황급히 나선다.


멀리로 보이는 흙길을 호탕하게 웃으면서

때론 홀로 사뿐사뿐 걷고 싶기도 하지만

발걸음선뜻 나서지  못함은 

어떤 두려움과 피곤함이  

뒤섞인 마음 때문일 것이다.


아, 나는 여전히 이방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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