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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Dec 16. 2024

수고했어

알아감의 기쁨


한글학교 교사로 봉사한 지 지난주 토요일로 10년이 되었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특별히 유아반은 환희 그 자체다. 10년이라는 시간 속엔 사랑과 열정이 담겨있다. 교실 안에선 모든 고민과 걱정이 멈춰 버리고 오직 기쁨만이 존재한다.


본의 아니게 한글학교의 책임자가 되었다. 전교장이 케냐를 떠나게 되면서 봉사 연차가 많은 사람인 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행정을 손 놓은 지 25년이나 되었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를 통해 엑셀작업을 배우고  hwp로 문서와 사진을 편집했다. 전에는 랩탑 앞에 앉을 땐 글쓰기와 아주 가끔씩 줌으로 회의를 하거나 강의를 듣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게 다였는데 말이다.


신께서 나에게 주신 특별한 재능은 책임감과 성실함이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손등에 파스를 붙이고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였다. 지레 겁먹고 안 하던 것을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고생 끝에 엑셀ppt를 조금씩 다룰 수 있게 되었다. 15주간 참, 열심히 살았다.


올해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명예도 아니고 돈도 아니다. 미지의 세계였던 컴퓨터라는 세상 속으로 한 발자국, 아주 조금 걸어 들어간 그 행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색다른 몰입의 기쁨을 경험하면어떤 일이든 각자의 삶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타인, 한층 더 이해하게 되었다. 모름에서 알아감의 기쁨이 컸으므로 힘들었지만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그누구로부터 듣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정말 수고했어'라는  온갖 칭찬을 마구마구 쏟아내고 싶다. 


재케냐 한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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