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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도어 26화

이방인의 오후

사탕과 산책

by Bora

밤새 비가 온 다음날엔 집주위로 보이는

초록 숲은 출렁이는 파도처럼 쉼 없이 춤을 춘다.

투박한 텀블러에 진한 아메리카노를

가득 담아 커다란 검은색 철문을 나선다.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나서 쉴 만도 한데

소강당에 열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두서너 명은 마이크를 잡고

어떤 이는 드럼을, 어떤 이는 키보드를 치고

어떤 이는 홀로 노래를 리드해 간다.


물이 잔뜩 빠진 긴 청치마 주머니에 담아 온

민트색 박하사탕을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반짝반짝 유이나는 검은손 안으로

한알씩 쥐어주곤 부끄러운 듯

강당을 황급히 나선다.


저 멀리로 보이는 진흙길을 호탕하게 웃으면서

때론 홀로 사뿐사뿐 걷고 싶기도 하지만

발걸음이 선뜻 나서지 못함은

어떤 두려움과 피곤함이

뒤섞인 마음 때문일 것이다.


아, 나는 여전히 이방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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