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 그녀(1)

자기관리는 완벽해요

by Bora

동부 아프리카 케냐 UN에서 일한다는 키 작고 햇빛에 피부가 검게 그을린 아가씨가 국제교회에 얼굴을 비쳤다. 어딘지 모르게 첫인상은 강해 보였지만 누구에게나 상냥한 아가씨였다.

U이라는 아가씨는 하늘색에 가까운 청바지에 하늘하늘한 샛노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피부색과 옷차림 그리고 외국 사람들하고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녀가 한국에서 갓 온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첫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U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U를 점점 알아 갈수록 대단한 아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관리를 매우 잘하는데 첫번째로 몸매 관리이다. 뱃살이 나오는 게 싫어서 매일 아침 40분씩 조깅을 하고 절대로 달콤한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만약 케이크 한 조각이라 도 먹는 날이면 자신을 자책할 정도니 말이다.

둘째, 자기 계발이다. 1주일에 한번 UN 직원들 대상으로 무료 수업인 프랑스어 매일 아침 5시에 혼자 스페인어를 공부한다.

셋째, 절약 정신이다. 혹시 외식을 하게 되면 남은 음식은 반드시 집으로 싸간다. 출근할 때도 도시락을 준비해 간다. 출퇴근 길에는 케냐 대중교통인 마타투(한국 15인승 봉고차)나 오토바이를 탄다.


어느 날 우리는 케냐 AA 커피가 유명한 자바 하우스라는 곳에서 만났다. 그녀의 민소매에 드러난 팔과 목 그리고 얼굴은 더 검게 그을러 있었고 아프리카 아가씨들처럼 피부가 반짝반짝 윤이 아름다워 보였다. 지난주 교회에 얼굴을 보지 못해 출장을 갔나 싶었는데 에티오피아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나는 에티오피아 길거리 커피에 대해서 물었다. 길거리 상인들이 도로가에 앉아 즉석으로 아라비카 콩을 볶 진한 라테를 만들어 준다고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보다 더 들떠있던 나에게 U는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저 미국 가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갑자기 발령 난 거야?”

“아니요.”

“그러면 왜?”

“ 저, 이번 여행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졌어요.”

"뭐~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해 봐. 어느 나라 사람인데? 뭐하는 사람이야?”

나는 많은 질문을 그녀에게 쏟아부었다. 마치, 그녀의 이모라도 된듯 말이다.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에티오피아 사람이에요. 여행할 때 산 가이드 한 사람이에요. 그 친구랑 결혼해서 미국 가서 살고 싶어요.

그녀는 열흘도 안 되는 짧은 여행에서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바보 같은 그녀, 잠이 안 온다. 아이고, 산 가이드라고? 제정신이 아니다.


몇 주 후 U는 한국 C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케냐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출국했다. 회사에서 그녀의 역할은 아프리카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책임자였다. 그 일로 U는 나이로비에 3개월에서 6개월에 한 번씩 출장을 왔다. 우리는 그때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함께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그녀의 안부를, 그녀가 나의 안부를 물었다.

"저 한국에 가서도 교회를 다녀요. 회사에 도시락도 싸가고요. 기숙사 안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도 해요. 그리고 부모님하고 여름휴가는 네팔로 다녀왔어요.”

역시, 그녀는 한국에 가서도 열심히 바쁘게 계획적으로 때론 즐기면서 잘 지내고 있었다.

"제가 직장 생활에서 가장 싫은 건 부장님이나 팀장님이 음식 주문을 하면 직원들은 다른 메뉴를 시킬 수 없는 거예요. 거기다가 직원들의 의견도 묻지 않으셔요. 퇴근 뒤에도 주말에도 팀장님은 계속 일을 확인하세요. 몸은 퇴근했지만 카톡으로 일을 지시하시고 상황을 알려 주시길 원하세요. 정말, 개인 생활이 전혀 없고 마치 조직에 미친 사람들 같아요.”

해외에서 자유롭게 살던 U가 한국의 조직 문화를 힘들어한다. 그 이후 그는 6개월 후 다시 나이로비로 출장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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