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으로 온 두 아이 중에
한 아이는
유독 가족에게
무관심하다
부모님에 대해서
형제들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무정하다 싶었다
아이들이 기숙사로 들어가던 날
점심을 먹기 위해서
일식집에 들렀다
7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은
군대 이야기를 남편에게 물어왔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며
차근차근 남편이 설명했지만
한 아이가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빠하고 군대 이야기를
종종 하냐고 묻자
아이는 조그마 난 목소리로
제가 어렸을 때 아빠가
자주 매를 드셨어요
나중에 아빠가 용서를 구하셨지만
아빠 하고는 필요한 말만 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잘 비빈 회덮밥을
입안으로 넣으려는 찰나
아이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목이 매였다
아이 바로 앞에 앉아있던 나는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기 위해서
얼른 밥을 삼키고는
미소국으로 눈을 떨구고 말았다
왜소하고 말수가 적은 아이는
우리 집 거실에 앉아서
오래도록 그림을 그렸었다
세 번째 만남, 마지막 날 식사시간에
마음의 빗장을 열어준
아이의 깊은 상처가
잘 아물어서 새살이 돋길
두 손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