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 씨는 지난주 토요일에 배추김치 30kg와 알타리 5kg, 깍두기 7kg, 부추김치 1kg와 갓김치 1kg를 담그고 피곤에 찌들었지만 밤잠을 깊이 자고 났더니 다음날은오히려기운이 날아갈 듯 솟았다.
사파리 여행으로콧바람을 제대로 쐬고 나니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일요일 오후에는 우거지용 배춧잎 삶기로 또다시 부엌일이 시작됐다.
육수를 한 솥 끓이는 동안, 한국 백오이와 풋고추와 니이크로 피클 만들고, 소금물을 팔팔 끓여서 오이에 붓고 시금치를 씻어 놓자마자 대파와 니이크를 검지손가락 사이즈로 잘라서 냉동고에 보관한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한숨 돌리는 찰나, 깜빡 잊고 있었던 쪽파가 생각이 났다. 현관문 옆에서 하룻밤을 자고 난 쪽파는 이미 색깔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실파처럼 가느다란 쪽파를 어느 세월에 다듬을까 싶은 맘에 속이 탔다. 저녁을 먹고 나자마자 쪽파 뿌리를 자르고 (씻어서 육수 낼 때 사용함) 흰머리카락을 뽑듯이 신중하게 한가닥한가닥 누런 잎을 떼어 내고 머리 부분에 있는 껍질을 제거한다. 넉넉잡고 2시간이면 끝날까 싶었던 작업은 3시간이 넘어도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다음날로 작업을 미루고 싶었지만 그나마 있는 초록잎까지 변할까 싶어서 어떻게든 끝내야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