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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파 같은 쪽파

여행의 힘

by Bora

미미 씨는 지난주 토요일에 배추김치 30kg와 알타리 5kg, 깍두기 7kg, 부추김치 1kg와 갓김치 1kg를 담그고 피곤에 찌들었지만 밤잠을 깊이 자고 났더니 다음날은 오히려 기운이 날아갈 듯 솟았다.


사파리 여행으로 콧바람을 제대로 쐬고 나니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일요일 오후에는 우거지용 배춧잎 삶기로 또다시 부엌일이 시작됐다.


육수를 한 솥 끓이는 동안, 한국 백오이와 풋고추와 니이크로 피클 만들고, 소금물을 팔팔 끓여서 오이에 붓고 시금치를 씻어 놓자마자 대파와 니이크를 검지손가락 사이즈로 잘라서 냉동고에 보관한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한숨 돌리는 찰나, 깜빡 잊고 있었던 쪽파가 생각이 났다. 현관문 옆에서 하룻밤을 자고 난 쪽파는 이미 색깔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실파처럼 가느다란 쪽파를 어느 세월에 다듬을까 싶은 맘에 속이 다. 저녁을 먹고 나자마자 쪽파 뿌리를 자르고 (씻어서 육수 낼 때 사용함) 흰머리카락을 뽑듯이 신중하게 한가닥한가닥 누런 잎을 떼어 내고 머리 부분에 있는 껍질을 제거한다. 넉넉잡고 2시간이면 끝날까 싶었던 작업은 3시간이 넘어도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다음날로 작업을 미루고 싶었지만 그나마 있는 초록잎까지 변할까 싶어서 어떻게든 끝내야 만했다.


미미 씨는 쪽파 다듬기가 4시간이나 지나자 없었던 오기가 생기면서 정신까지 말똥거렸다.

반복되는 작업에는 미미 씨가 애청하는 유튜브채널인 '일당백이 최고'다.


https://youtu.be/qgtgylU7E1E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

쪽파 3kg 다듬기는 저녁 7시 20분부터 시작해서 12시 20분에 완료되었다. 꼬박 5시간쯤이나 걸렸지만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을 들으면서 진심으로 깨닫고 느끼고 동감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깨끗이 씻은 쪽파를 소쿠리로 옮겨 놓으니 콩나물처럼 뽀얗게 윤기가 흐른다. 몸은 고되지만 담가 볼 파김치에 마음이 뿌듯하다.


미미 씨는 멋처럼 만의 가족여행이 일상을 힘차게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음에 감사하며 다음 여행에 또다시 욕심을 내어 본다.


실파같은 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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