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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 이야기 No. 3

암컷 사자들의 사냥법

by Bora

아기 사자들의 재롱을 보고 자리를 이동하는 중에 로버트의 무전으로 연락이 왔다. 그는 마사이 부족언어로 운전사들과 대화를 마치곤 부리나케 초원을 달려 나갔다. 저 멀리로 몇 대의 차들이 끝이 안 보이는 들판을 향해 서 있었다. 몇몇의 사람들은 성능이 좋아 보이는 값비싼 카메라를 차량에 부착시키곤 렌즈에 눈을 고정시켰다. 여행객들의 시선을 좇아 바라본 곳에는 황금색깔 풀 속에서 사자의 움직임이 보였다. 서로에게 간격을 두고 걷는 사자의 숫자를 세어보니 여섯 마리나 되었다.


사냥감을 찾는 암사자들

암컷 사자들이 사냥에 나선 것이다. 사냥에는 능통한 사자들이지만 실패할 확률도 많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서로 거리를 유지하며 사냥감을 물색하고 있었다. 가뭄으로 초록색을 잃은 들판은 사자와 한 몸처럼 보였다. 그들은 섬세하게 주위를 탐색하다가 마침내 먹잇감을 발견하면 노련한 기술을 펼칠 것이다.

여섯 마리 사자들이 들판을 지나 슬금슬금 사파리 차량 쪽으로 자리를 좁혀오자 로버트는 초원의 능선을 넘어 멀리 달려 나갔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초원

오전 9시쯤이 되자 미미 씨는 배가 출출했다. 호텔에서 아침과 점심을 포장해 준 덕에 차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음식은 기름에 튀긴 소시지와 삶은 계란과 마가린을 바른 식빵 안에 토마토와 양파가 놓여 있었다. 거기에다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물에 향긋한 냄새가 나는 홍차 티백과 설탕을 넣어 마시니 기분이 상쾌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사자들이 능선을 넘어오기 시작했다. 로버트는 사자들이 곧 사냥을 시작할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듯이 자리를 이동했다. 저 멀리로 어미 멧돼지와 아기 멧돼지가 코를 땅에 박고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

이미 멧돼지를 멀리에서부터 관찰한 6마리 사자들은 경계선을 점점 좁혀가면서 각자의 포지션을 잡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어미 멧돼지를 쓰러트렸다. 멧돼지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자 일제히 다섯 마리의 사자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멀리에서 거리를 두고 서 있던 사파리 차들이 사냥의 현장 속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암사자들 중에서 가장 젊은 사자가 멧돼지의 목을 물고 있었고 또 한 마리의 사자가 배를 가르자 나머지 사자들이 달려들어서 머리를 박고 굶주린 배를 채웠다. 젊은 사자는 멧돼지가 숨통이 완전히 끊기자 먹잇감에 머리를 파묻었다.


멧돼지를 사냥하는 암컷 사자들

미미 씨의 입 밖으로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가느다란 한숨소리가 나와버렸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앞다리를 떨며 죽어가는 멧돼지를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며 이상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사자보다 더 잔인하게 사냥의 현장을 지켜보는 그녀 자신과 다른 구경꾼들에게 희한한 감정이 일어났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객들이 흥분된 표정으로 얼굴에 피를 묻히며 멧돼지를 먹는 사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 엄마를 잃은 아기멧돼지의 울음소리가 가슴에 일렁거렸다.

미미 씨는 동물의 세계에서 조차 지나친 연민의 감정을 내비치고 말았다. 그녀는 사파리 첫날부터 늙은 코끼리가 홀로 살아가는 모습에 여러 질문들을 로버트에게 쏟아 냈다. 눈치가 빠른 마사이 부족 로버트는 미미 씨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것은 자연의 이치라고 말한다.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사자들은 배가 충분히 부르지 않아서 저녁에 또다시 사냥을 할 것이라며 다른 곳으로 차를 돌렸다.


굶주린 배를 채우는 암컷 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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