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미미 씨의 가족은 운전사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허둥지둥 걸어갔다. 로버트는 이미 사륜구동차에 시동을 걸어놓고여행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운 아침공기를 가르며 차는 울퉁불퉁한 길을 세차게 달려 나갔다. 국립공원 왼쪽 지평선에는 아침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고 오른쪽 초원에는 멧돼지와 하이에나와 자칼이 배가 고픈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로버트는 여행자인 미미 씨 가족보다 사파리를 진심으로 즐기고있는 것 같았다. 그는 무전기로 대화를 몇 마디 주고받더니 차의 속도를 높였다. 전날 잠깐 비가 왔던 터라 길가의 웅덩이에 고인 물이 활짝 열린 문으로 비집고 들어왔다.속도가 더 빨라지자 커다란 바퀴에 묻은 진흙이 미미 씨의 딸아이 옷에 묻었지만 그녀는 뒤쪽에 앉아서 쉴 새 없이 소리를 내며 웃었다. 웃음소리는 진흙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었다.
멧돼지와 하이에나
자칼
사파리 둘째 날 아침부터 로버트는 비장한 각오를 한 듯 어딘가로 일행을 데리고 갔다. 저 멀리로 사파리 차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처음에는 10마리가 넘는 코끼리 가족이 모여서 풀을 뜯는 것을 보고 있나 싶었는데 여행객들은 숨을 죽이며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수사자 한 마리가 멋진 갈퀴를 휘날리며 사파리 차량들 사이사이를 느긋하게 누비는 모습이 보였다. 심바는 비탈길 위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며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한참이나 지켜보더니 슬그머니 일어나서는 마치 자신을 기다리는 또 다른 여행객들을 위해서 유유히 걸어 나갔다. 혹시나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오히려 구경꾼들의 시선을 즐기는 것 같았고 이 시간의 주인공은 심바 자신임을 맘껏 뽐내는 듯했다.
미미 씨는 마사이 마라 심바에게서 느긋함과 여유로움과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당당함을 엿본다. 역시, 사자는 초원의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