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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 이야기 No.4

홀로 남겨진 수사자

by Bora

한참을 달려간 곳에는 높은 나무 한그루가 서있었다. 뜻밖에도 나무 아래에 수사자가 처참하게 입이 찢긴 채 널브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입가로 난 상처에는 파리떼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었건만 수사자는 일어날 기미가 전혀 안보였다. 언뜻 보면 마치 시체처럼 보였지홀쭉한 배가 들숨과 날숨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뒤쪽으로는 암사자 한 마리만이 그를 지키고 있었다.


미미 씨의 호기심이 다시 발동한다. 암사자 한 마리는 왜 수사자를 떠나지 않았을까? 야생동물의 세계에도 사랑과 의리가 존재할까? 물론 인간과 같은 감정은 아닐지라도 그들만의 동지애는 있을 것이다.

바로 직전에 암사자들이 어미 멧돼지를 먹어 치우는 모습아직도 생생한 미미 씨는 또다시 요동치는 마음을 애써 무시했다.

벌써 하이에나의 우두머리에게 밥도 못 먹은 채 누워 지내는 심바의 소식이 전해졌으리라. 하이에나 무리들이 심바를 공격해오면 어쩌나 싶은 것이 괜스레 심란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미미 씨가 사자옆에서 보초를 설 수도 없고 대신 싸울 수도 없으니 별의별 상상을 다하며 연민과 동정을 또다시 넘나 든다. 이러다가는 동물의 세계를 소설로 쓸 판이다.


초원의 왕 심바, 인간이 되다.



생각보다 귀엽게 생긴 하이에나의 얼굴


사륜구동 차는 누워있는 사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하듯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를 한 바퀴 돌고 초원을 향해 달아났다. 달리고 달려 도착한 한 그릇 나무아래에서 점심을 먹을 참이다. 다른 곳에 비해 지대가 높아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고 아래쪽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미미 씨 일행은 사파리 차에서 나와서 처음으로 초원에 두발을 내딛고 런치박스를 열었다. 튀김옷이 없는 기름에 튀긴 닭고기 한 조각과 삶은 계란, 햄버거, 주스와 수입 오렌지 한알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름 나쁘지 않은 식사다. 이미 다른 팀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갔는지 풀사이에 계란껍데기와 빵조각들이 보였다. 인간의 음식을 자주 먹어본 듯 한 새들이 부리로 바닥을 헤집고 다녔다.


식사를 마치고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2가 되어간다. 둘째 날 사파리는 오후 3시에 끝나니 슬슬 반대쪽에 위치한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차는 왔던 길을 다시 내려오면서 바닥에 누워있던 수사자를 다시 지나쳐야 만 했다. 예상했던 대로 수사자는 바닥과 혼혈일체가 되어 누워있었고 바로 옆을 지나쳐가는 차소리에도 꿈쩍을 안 했다. 뒤쪽에 앉아있던 암사자는 끝내 수사자에게서 재기의 희망을 찾지 못했는지 주위를 돌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수사자 만이 오롯이 홀로 남겨졌다.


미미 씨는 초원의 왕이라 불리는 심바가 부디 벌떡 일어나길 빌어본다.


Simba, Tuoname Tena~

(다음에 다시 보자)


금방이라도 죽을 것 만 같은 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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