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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 이야기 No. 5

하쿠나 마타타

by Bora

케냐생활 8년을 마무리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A의 소개로 사파리 운전사 로버트를 만났다. 로버트는 그네들이 마사이 마라 여행을 올 때면 가이드 겸 운전사로 일했던 터라 한국인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특별히 한국사람들은 시간이 늦거나 약속 변경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미미 씨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성실한 마사이 부족 로버트

여행 둘째 날, 호텔에서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6시에 출발한 사륜구동의 사파리 차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로버트는 자신이 말한 스케줄을 잘 지켰을 뿐 아니라 최선을 다했다.

오전에는 수컷사자의 산책, 12마리의 아기 사자들, 암컷 사자들의 사냥을 보았고 케냐의 마사이 마라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의 초원이 이어진 국경선의 강가에서는 하마를 보았다. 악어는 날씨가 싸늘하면 물밖로 나오지 않아서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하마 가족들


안전한 초원의 나무그늘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도 로버트의 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예리한 눈빛은 코뿔소를 찾고 있는 듯했다.

여행 첫날, 미미 씨는 로버트에게 마사이 국립공원에서 다섯 마리의 동물을 보고 싶다고 했었던 것이다. 다섯 마리 동물은 코끼리, 치타, 버펄로, 코뿔소, 사자인데 그중에 코뿔소만 빼고는 다 보았다. 그러나 코뿔소란 놈을 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미미 씨는 알고 있었다. 로버트는 또다시 낮은 언덕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는지 미미 씨의 일행을 인도해 갔다.

가지가 많고 잎사귀가 풍성한 그늘 속에서 어미사자의 품에서 모유를 먹는 아기 사자들이 보였다. 키 작은 나무숲 이곳저곳에서 어미 사자들이 각자의 새끼를 챙기며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고 있었고 주위에는 아직 세끼를 낳지 않은 젊은 암컷 사자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컷 사자는 꼬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가로운 시간

수사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보초를 서고 있을까 아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까. 또다시 미미 씨는 사자의 세계를 인간의 세계로 옮겨 놓는다.


뜨거운 햇볕을 피해 나무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는 사자가족은 아빠사자가 한 공간에 없어도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하쿠나 마타타(문제가 없어요.)다.


국립공원 게이트를 나온 차는 호텔로 빠르게 달려갔다. 9시간 동안이나 충실하게 운전과 가이드를 한 로버트에게 미미 씨는 감사로 수고비를 전했다.

하늘에서 마른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나더니 곧바로 소나기가 쏟아진다. 미미 씨는 몸이 노곤노곤해서 잠의 세계로 빠져 버린다.


호텔 앞에서 풀을 뜯는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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