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교통체증을 뚫고 우버택시는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도심을 빠져나와서 막 나이로비 외곽으로 들어 순간 차창밖으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비가 오는구나, 생각하는 찰나에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우거진 나무 잎사귀와 옥수수밭에 내려앉았던 먼지는 흙물이 되어 목말라 있던 땅 속으로 빠르게 스며든다. 점점 더 세차게 내리는 빗물은 시골 흙길의 구덩이를 금세 채우고 얕은 도랑을 덮었다. 갑자기 쏟아붓는 장대비로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는 지붕 낮은 가게 처마밑으로 몸을 피하고 있다. 맘속으로 소원한다. 잠시만이라도 비가 멈추길, 빗줄기가 약해지길.
비를 듬뿍 맞은 땅이 흙내음을 물씬 토해 낸다. 코를 벌름거리며 반가운 나의 유년시절의 고향냄새를 들이마셔본다. 기분이 좋다. 말로 표현할 수없도록.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유튜브를 끄고 나니 양철지붕 위로 사브작사브작 내리는 빗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가끔은 처마 끝에 모여있던 빗물이 한 움큼씩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듬뿍 내린 비 때문인지 동네 개들도 조용하다.
저녁 8시가 마치 깊은 밤처럼 느껴지는 비 오는 날, 밤은 고요하다.
잠시 후, 비는 멈추었다.
시곗바늘 소리만 똑딱똑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