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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Sep 10. 2023

우기 시작

증조현상

오후 2시 반이 넘어가면서 하늘은 분주하게 먹구름을 실어 나른다. 하늘을 가르는 작은 새들은 빠른 속도로 날갯짓하고 아침부터 동네를 시끄럽게 하던 건축공의 못질소리는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서야 멈추었다.

작은 새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한차례 끝나자 활짝 날개를 펼친 큰 새들이 깍 깍 소리를 지르며 집으로 날아간다. 큰비가 내릴 참인가 보다.

 미처 마르지 않은 빨래를 양철지붕 아래에 걸어 놓은 빨랫줄로 옮겨 었다. 어떤 옷에서는 시큰한 냄새가 코끝으로 와닿는 것이 기분이 썩 좋질 않다. 비가 오기라도 하면 빗물이 실내로 쳐들어 올까 싶어서 창문을 꼭꼭 닫았다.


며칠 전 허리 아래쪽에 있는 서랍을 열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일상생활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책 한 권을 집어 들고서야  거실 소파에 기대어 누워본다. 비 오는 날의 책 읽기는 피곤한 눈꺼풀을 잠시나마 쉬게 할 것이고 두툼한 책장을 펼치면 나는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들 것이다.


컴컴한 하늘에 비행기 한대가 낮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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