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반이 넘어가면서 하늘은 분주하게 먹구름을 실어 나른다. 하늘을 가르는 작은 새들은 빠른 속도로 날갯짓하고 아침부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하던 건축공의 못질소리는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서야 멈추었다.
작은 새들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한차례 끝나자 활짝 날개를 펼친 큰 새들이 깍 깍 소리를 지르며 제 집으로 날아간다. 큰비가 내릴 참인가 보다.
미처 마르지 않은 빨래를 양철지붕 아래에 걸어 놓은 빨랫줄로 옮겨 널었다. 어떤 옷에서는 시큰한 냄새가 코끝으로 와닿는 것이 기분이 썩 좋질 않다. 비가 오기라도 하면 빗물이 실내로 쳐들어 올까 싶어서 창문을 꼭꼭 닫았다.
며칠 전에 허리 아래쪽에 있는 서랍을 열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일상생활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책 한 권을 집어 들고서야 거실 소파에 기대어 누워본다. 비 오는 날의 책 읽기는 피곤한 눈꺼풀을 잠시나마 쉬게 할 것이고 두툼한 책장을 펼치면 나는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들 것이다.
컴컴한 하늘에 경비행기 한대가 낮게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