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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머리 육수와 우유통

김치 육수에 최고예요

by Bora

날씨 좋은 오후에 날을 잡고 육수를 끓이기로 했다. 해안에서 싱싱하고 실한 붉은 새우 2kg를 주문했던 것을 진작에 머리만 따로 떼어서 냉동고에 얼려 놓았던 게 있었다. 브리타 정수기로 부지런히 정수한 물을 50인분 압력솥으로 옮겨 담으면서 냉동고를 뒤적거려 본다. 얼려놓았던 무와 대파뿌리, 서양 파라고 불리는 니이크, 생강, 매운 고추와 바나나를 꺼내고 미리 준비해 놓은 당근과 보라색 양파, 통마늘, 통후추, 단호박과 사과를 반으로 갈라서 씨를 제거하고는 솥 안으로 모두 풍덩풍덩 빠트린다. 마지막으로 까만 눈을 부릅뜨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붉은색 새우 머리를 후다닥 솥 안으로 넣어버렸다.


압력솥의 추가 칙칙 거리며 20분쯤 지나면 불을 끄고 한참 후에 김이 빠지면 건더기를 건져 내고 육수가 다 식으면 재활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깨끗이 씻어서 말려놓은 우유통으로 옮겨 담는다. 2리터짜리 병으로 약 7병~8병 이상은 족히 넘을 양이니 냉동고에서 얼려놓았다가 한 병씩 꺼내 먹을 것이다.

오늘 이 큰일을 날을 잡고 한 이유는 주말에 배추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다. 새우머리를 넣고 끓였던 육수로 만든 김치가 제일 시원하고 맛이 일품이었다.

압력솥 추가 흔들리면서 소리가 나자 새우 머리의 곰삭은 냄새가 부엌으로 퍼져나간다. 이 꼬릿 한 냄새 때문에 파리가 꼬일까 싶어서 꺾어 두었던 로즈메리에 불을 붙여 연기를 피우고 솥 위에다가도 얹어 놓는다. 벌레가 로즈메리 냄새를 싫어하는 게 맞긴 한가 보다. 파리가 한 마리도 안 꼬인다.


밤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텃밭의 차요태와 케일, 근대, 토마토와 오늘 아침에 심어 놓은 대파와 로칼 매운 고추가 밤새 듬뿍 비를 맞을 것이다. 밤이 깊을수록 빗줄기는 더욱 강해지고 지친 몸이 진작부터 잠을 부른.


육수를 넣은 우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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