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서 며칠 동안 텃밭의 차요태를 꼼꼼히 살피질 못했다. 해가 중천에 뜨니 한결 허리가 부드러워져서 모자를 쓰고 텃밭 문을 열고 들어선다. 신발 밑으로 비에 젖어 있던 흙의 감촉이 카스텔라처럼 부드럽기만 하다. 생명력이 강한 차요태의 덩굴이 얼기설기로 이은 줄을 타고 쭉쭉 뻗어 나간다. 한동안은 실한 차요태의 수확으로 재미가 솔솔 했었는데 어느 날부터 잎사귀가 누런색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열매에 구멍이 나면서 썩어 들었다.
유튜브를 켜고는 유기농 식물의 소독방법을 찾아보았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50ml짜리 물병에 마요네즈를 작은 티스푼으로 넣은 후에 잘 섞어서 잎사귀와 열매에 뿌려주는 것이다. 소독을 했것만 차요태가 아기 주먹만 해지면 어느 사이에 벌이 쏘은 듯한 자국이 생겨버리고 마는 것이다.
한 날은 꼼꼼히 잎사귀와 줄기 구석구석마다 마요네즈 물을 뿌려주고는 다음날 아침에 확인해 보니 꽃을 이고 있던 열매가 다 떨어진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꽃과 거리를 두고 소독제를 뿌렸어야 했던 것이다.과한 욕심이 불러온 결과였다.
자연을 통해서 또다시 배우는 점은 정도가 중요하다. 해충을 좇으려다가 과한 욕심을 부렸더니 열매까지 잃어버린 셈이다. 그뿐이겠는가. 차요태는 줄기에 가지가 생기면 그 자리에 꽃이 두 개 이상이 핀다. 한자리에 많은 열매가 달리면 작게 자라기 때문에 속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속아주어야 하는데 밥풀떼기만 했을 때 속아주었더니 열매 전체를 떨구어 트리고 말았다. 이 또한 성급함이 앞선 결과이다.
차요태 열매는 한 알 심으면 새싹이 나기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리고 꽃이 피고 열매를 따기까지는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수확을 시작하면 200개 이상을 딸 수 있으니 번식력이 대단한 열대이다. 그 열매를 울 집에서 다 먹을 수 없기에 피클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고있다.
요즘 지구의 환경을 나름 생각하며 될 수 있으면 물건을 안 사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유리병을 모으기시작했다.
사이즈가 제각각인 유리병 안에 무와 차요태, 텃밭에서 딴 방울토마토, 서양파, 작은 매운 고추와 통후추를 꾹꾹 눌러서 채우고는 물과 소금, 설탕을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으로 식초를 추가한다. 그 간단한 소스를 뜨거울 때 병 안으로 가득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