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늦장을 부려도 되는 토요일 아침이다. 월~금요일은 아침 6시에 알람 소리가 나지만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6시와 7시에 두 번에 걸쳐 울린다. 토요일 아침이면 가끔씩 남편은 나를 위해서 모닝커피로 카푸치노를 만든다. 오늘도 아래층에서 커피 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뜨자마자 감사와 행복한 맘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케냐에서 내가 애용하는 택시는 우버와 볼트다. 스마트 폰에 두 앱을 깔아 두고 가격이 저렴한 택시를 골라 부르곤 한다. 오늘은 집부근에 있는 볼트 택시를 불렀다. 물론 우버택시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4분밖에 안되다 보니 남편이 텀블러에 담아준 카푸치노는 한글학교에 도착하면 먹기로 했다.
볼트 택시는 나와 세 개의 짐 가방을 싣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운전기사가 나의 어설픈 스왈리어를 재치 있게 받아주니 기분이 좋아서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그 또한 운전을 하면서 케냐의 여러 상황을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다. 택시가 하이웨이를 지나서 내리막길을 달려가더니 오르막길로 접어들자마자 갑자기 멈추고 말았다. 차의 배터리가 나가버렸다는 것이다.도로 한복판에 차가 멈추었다.
다른 날 같았으면 뱃속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감사 일기 쓰기의 효과인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한번 숨을 몰아쉬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냉철해졌다. 화는 무조건 내는 사람에게 손해니깐.
기사는 배터리를 충전하면 나를 도착지까지 데려다준다고 말했지만 상황적으로 어려울 것 같았다. 기름을 넣으라는 표시가 차가 출발할 때부터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손님인 내가 운전사에게 돈을 지급하고 다른 차를 부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을 했다. 그에게 넉넉하게 돈을 지불하고 다른 볼트택시를 불렀다. 같은 회사의 택시라서 그런지 운전사끼리 이야기를 나누더니 곧바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첫 번째 기사는 우버 택시가 아닌 볼트 택시를 불러주고내가 불평 없이 기다려 준 것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케냐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은데 감사의 소리까지 듣게 되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토요일이면한글학교에 아침 8시 40분까지 도착을 해야 하는데, 다행히도 늦지 않았다. 택시에 내려서 교실 안으로 들어서니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텀블러를 꺼내 들고 달달한 카푸치노로 목을 축여본다.
** 3월 16일(토), 감사 일기 **
1. 남편이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카푸치노를 만들어서 텀블러에 넣어 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행복감이 밀려온다.
2. 볼트 택시 기사와 스왈리어로 차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의 실력 없는 스왈리어를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생판 모르는 이에게 칭찬을 들으니 어깨가 으쓱해지도록 기분이 좋았다.
3. 돈 주고 탄 택시가 도로에 멈추었는데도 전혀 당황하거나 조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화가 전혀 안 나서 감사하다.
4. 한글학교의 유아반한 아이의 입가가 더러워서 얼굴을 씻어주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교실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그 아이가 등뒤에서 와락 안아준다. 마음이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다.
5. 나이로비 대학생들이 센터 마당에서 게임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즐겁게 웃는 소리가 아름다워서 팝콘을 튀겼다. 학생들에게 간식을 챙길 수 있어서 감사한 토요일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