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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니 (환영합니다)

79일

by Bora

학생 30명을 태운 산속에 있는 기숙사 학교 차량이 오전 10시 40분에 교회 정문 안으로 들어선다. 케냐 운전사와 미국인 교사 한 분이 버스 앞자리에 보디가드처럼 앉아있다. 오롯이 한국 아이들만이 한차에 가득하다. 달리는 차 안에서 1시간을 훌쩍 넘긴 아이들 중에는 잠을 잤는지 눈을 비비며 창문밖을 내다본다. 차밖으로 하나둘 비틀거리며 나오는 아이들 표정 속에서 나는, 자유인이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다.


한인교회와 한국마켓 사이에는 철문 하나가 설치되어 있다. 그 사잇문으로 아이들이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얼른 아이스크림을 사서는 입안으로 쏙 하니 넣는다. 피곤해 보이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퍼진다. 한 팀은 웨스트게이트 몰 앞이 집인 가디언 집으로 가고 한 팀은 서울게스트하우스로 가고 마지막 남은 우리 팀은 30분을 다시 달려서 로워카베테 현지마을로 달려갔다.


14명의 학생들이 방 3곳에 짐을 풀었다. 이미 도착한 학생들은 거실 소파에 편안한 포즈로 쉬고 있거나 방에서 뒹글뒹글거리고 있었다. 나는 부리나케 쌀을 씻어서 가스불을 켜고는 압력밥솥을 올렸다. 예비 졸업생 두 명이 부엌도우미를 자청해서 카레에 넣을 야채를 썰고 가위로 배추김치를 잘라서 부침개 반죽을 만들었다. 카레 재료들이 익는 동안에 부엌 한쪽에서는 김치오징이 반죽이 끝낼 때까지 김치전을 계속 붙여냈다.

저녁으로는 떡과 고구마, 양파, 양배추, 당근과 양념한 닭고기를 대형 전기판에 넣고 볶았다. 아이들은 국물에 밥까지 볶아 먹었다. 오늘 요리한 음식이 완전히 동 나버렸다.


5월 31일(금), 감사일기

1. 우간다에서 딸아이 졸업 파티를 위해서 오신 지인분을 한국마켓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냉동식품을 구입하셔서 우리 가족만 먹으라며 챙겨주신 귀한 손길에 감사.

2. 14명의 학생들이 음식을 잘 먹고 우리 집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잘 쉬어서 감사.

3. M을 위해서 차요태 열매 한 바구니와 차요태나물볶음과 히비스커스 주스를 챙겼다. 그녀를 응원할 수 있어서 감사.

4. J목사님을 위해서 모닝빵과 히비스커스주스를 챙겨드렸다. 학생들을 웰컴해 주셔서 감사.

5. 점심 음식준비를 할 때 도움을 준 12학년 E와 H가 저녁 설거지까지 도왔다. 수고해 준 여학생들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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