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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다

78일

by Bora

아침 7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서둘러 설거지를 마쳤다. 어젯밤에 냉동실에서 꺼내놓은 닭고기 허벅지살과 가슴살을 씻어서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닭가슴살 1kg는 카레에 넣을 것이라서 큐브모양으로 잘라놓고 나머지 3kg은 닭갈비 용으로 큼지막하게 잘라서 양념을 해 놓았다. 냉장고에서 해동한 오징어 다리를 김치부침개용으로 자르고 나니 오전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싱크대 앞에서 한참이나 머리를 숙이고 있었더니 목이랑 어깨가 뻐근하다. 머리를 뒤로 활짝 젖히고 하늘을 바라볼 겸 텃밭에 들어가서 내 키보다 훨씬 높이 자라 오른 차요태 새순과 연한 잎을 땄다. 수확한 차요태 나물을 센터에서 지내는 남학생들에게 갖다 주었다. 케냐사람들이 좋아하는 케일볶음처럼 해 먹으면 맛이 좋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WNS 학교 수업이 12시에 끝나는 날이다. 오늘 수업이 끝나면 한국인 9 가정 중에서 2 가정이 케냐에서 출국한다. 방학이 8주나 되기 때문에 한국인뿐 아니라 해외살이를 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거의 본국을 방문한다. 이번주부터 출국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우리처럼 싼 비행기 티켓을 끊은 사람들에게 여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행기 티켓이 취소가 되었는데 항공사에서 아무 연락도 주지 않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인생이 어찌 평탄하기만 하겠는 가. 살다 보면 햇살이 좋을 때가 있고 천둥과 번개가 치기도 하때론 가랑비 또는 큰비가 내리기도 한다. 오늘은 햇살이 참 좋은 날이다. 우리 집 담너머로 양 떼들이 놀러 와서 풀을 뜯고 있다. 평화로운 날이다.


5월 30일(목), 감사일기

1. 한차례 부엌일을 끝내고 나서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려니 하루라는 시간이 참 평화롭고 감사하다.

2. 오후에는 학생 손님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식재료를 손질했다. 내일 점심식사는 닭고기 카레라이스와 김치오징어 전이고 저녁 식사는 닭갈비다. 내일을 기대하며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서 감사.

3. 머릿속에서 헷갈리는 일이 있었는데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벼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남편은 복잡한 일이나 생각을 단순화시켜 주고 정리를 잘한다. 남편과 대화를 할 수 있어서 감사.

4. 미스터 오가 햄버거 빵만 한 모닝빵 40개를 보내왔다. 반찬을 두 번 챙겨 주었던 일이 그에게 무척이나 고마웠나 보다. 그 귀한 마음 때문에 나 또한 감사.

5. 미스터 오가 보내준 빵으로 학생 손님들이 오면 샌드위치를 만들어야겠다. 그의 섬김으로 식탁이 풍성할 것이다. 그래서 감사.


미스터 오가 직접 구운 모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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