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에 쫓기던 삶에서, 새벽 다섯 시가 가르쳐준 작은 변화
프로젝트 막바지, 우리 팀은 매일 회의를 했다.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가능한 오류를 시뮬레이션하며 대비했다.
잠시 휴식 시간, 수석님이 내게 물었다.
“책임님, 이슈랑 리스크의 차이 아세요?”
“음… 자주 듣긴 했는데…”
“이슈는 이미 벌어진 일이고, 리스크는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에요.
이슈는 터지면 즉시 대응해야 하지만, 리스크 관리는 미리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죠.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이슈에만 매달려요. 일이 터져야 움직인다니까요.”
그리고는 덧붙였다.
"리스크 관리에는 돈 안 쓰고, 이슈 처리에만 예산을 퍼붓는 것이 우리 업계의 오래된 병이에요.”
퇴근길 내내 수석님 말씀이 자꾸 떠올랐다.
예방에는 돈을 아끼고, 일이 터지면 몇 배의 자원을 쓰는 현실.
그래서 사고는 늘 반복된다.
돌아보니 회사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 역시 늘 ‘이슈 대응형’으로만 살아왔다.
6년 전, 나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그 시절 나는 경단녀 IT 협동조합의 대표였다.
회의와 교육, 외주 작업에 매달려 새벽 두세 시에야 겨우 잠들었고, 시험관 시술까지 병행하며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불안을 술로 달래다 쓰러진 밤도 많았다.
나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추지 못한 채 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이 붓고 주먹이 쥐어지지 않았다. 눈두덩이가 멍든 듯 부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한 사이, 암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자라나고 있었다.
수술과 항암을 끝내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와, 나는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핏기조차 사라진 얼굴을 한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앞으로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 순간 지나온 시간이 후회로 다가왔다.
가장 확실한 치료는 예방이며, 삶의 리스크 관리는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인생의 키를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였다.
헬스장을 등록해야 할까? 음식을 유기농으로 바꿔야 할까? 비싼 건강보조제를 챙겨야 할까?
수많은 정보 속에서 헤매던 끝에, 나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 하나를 찾아냈다.
저녁 10시 취침, 새벽 5시 기상.
처음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건 고역이었다. 그러나 절박한 마음으로 3개월을 버텼다.
100일이 지나자 놀랍게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눈을 떴다.
창문을 열고 맞는 차가운 새벽 공기는 온몸을 깨우고,마음까지 맑게 했다.
더 놀라운 건, 이 작은 습관이 나쁜 습관들을 스스로 정리해주었다는 것이다.
늦은 술자리, 밤늦게 시작한 일, 새벽까지 붙잡던 드라마와 유튜브,
심지어 불필요한 온라인 쇼핑까지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리고 남들보다 한 시간 먼저 시작하는 아침,
조용한 나만의 시간 속에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었다.
단지 시계를 조금 앞당겼을 뿐인데,
일상은 환해지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행복은 로또처럼 한순간에 찾아올 것 같지만, 금세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그래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행복의 빈도를 늘리는 길은 곧 행복한 습관을 쌓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새벽 5시에 눈을 뜬다.
창문을 열면 차가운 공기가 볼을 스치고,
고요하지만 깨어 있는 이 시간,
나는 내 삶을 다시 세워가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