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한 알로 버티셨지만, 나는 네 박스로 무너졌다
운동을 몇 달 하지 않아서일까.
밥은 안 먹고 빵만 달고 살아서일까.
다이소 과자 코너에서 눈이 돌아 매일 과자를 사먹어일까 .
내 식욕과 뱃살은 요즘 완벽한 떡상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러다간 겨울바지를 새로 사야할 판이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다이어트 원푸드로 떠오른 건 뜻밖에도 대추였다.
가을 하면 뭐니뭐니 해도 대추 아니겠는가.
부처님께서 6년 고행 중 하루에 대추 한 알로 버티셨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래, 나도 부처님처럼 해보자!’
나는 마트로 달려가 사과대추 한 박스를 사 왔다.
처음엔 한 알만 먹으려 했다. 그런데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멈출 수가 없었다.
앉은 자리에서 한 박스를 비우고, 결국 마트로 다시 가 세 박스를 더 사왔다.
그렇게 하루 종일 대추만 먹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큰 사과대추 한 개가 35칼로리란다.
2kg 한 박스에 약 50개, 총 네 박스를 먹었으니...
무려 7,000kcal.
여성 하루 권장 섭취량의 4일 치를 하루만에 먹은것이다.
부처님의 하루 한알 대추가 나에게는 4박스라니!
아… 대추를 끊어야 하는데, 끊어야 하는데,
안 된다.
이번 가을은... 그냥 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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