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프게 시작한 나의 첫 시조
얼마 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시조 모임에 함께 나가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시조라니…!’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다. 시조는 교과서 속 고전시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니까.
모임에서 알려준 기본 형식은 이랬다.
초장·중장·종장으로 구성되고, 각 장은 3·4 / 3·4 / 3·5 / 4·3의 리듬을 가진다.
듣고 있자니 마치 짧은 노래를 쓰는 기분이었다.
문제는 ‘주제’였다.
이번 달 주제는 “자신의 아픔을 희화화해서 표현하기”.
아~ 이걸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문자 한통이 왔다.
이번달 은행이자가 곧 빠져나갈것이니 통장에 잔고를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의 숫자가 떠오르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투자 실패의 상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후회와 자책이 밀려왔지만 이미 늦은 일.
아 아픔이 밀려온다!
시상이 떠오른다.
그렇게 나는 첫 시조가 탄생했다.
근데 이거 들고 발표하면 다음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거 아닐지 모르것다.
깨진항아리
욕심에 눈이 멀어, 깨진 항아리 사놓고
물 붓고 돌아서니, 밑 빠진 데 새누나
두꺼비 우는데야, 메워줄 놈 없고나
매달말 손님와, 쪽박까지 가져가고
그것도 모자란지, 문자 메일 보내누나
먹을 물 몇 방울 남아, 그마저 말라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