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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7.양파와 친구맺은 하루

by 봉순이




양파모종을 200구 샀다.


남편은 깜짝 놀랐다.

“엥, 200구나? 너무 많이 심는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겨울을 나려면 이 정도는 심어야지.”


양파는 특이한 녀석이다.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나고, 다음 해 초여름쯤 수확한다.

이런 작물을 ‘월동작물’이라고 부른다. 마늘, 보리, 밀, 쪽파, 달래 등이 그렇다.

이들의 공통점은 추위를 겪어야 비로소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양파는 땅속에서 미세한 뿌리들로 겨울을 견딜 힘을 저장한다고 한다.

자신이 얼지 않도록 흙을 겨울담요처럼, 눈을 보온막처럼 덮고 겨울을 난다.

그러다 봄이 오면 그동안 모아둔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밑동을 서로 겹쳐 둥글게 둥글게 자라난다.


텃밭에 앉아 그 모종들을 바라본다.

실처럼 가느다란 줄기들이 어느 날 주먹만 한 알맹이가 된다니, 참으로 대단한 생명이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이번 겨울을 그냥 보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겨울!

열심히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혹독한 현실을 이불 삼아 덮고서 봄을 준비하리라.


지금은 모종처럼 가늘지만, 언젠가는 내 안에도 주먹만 한 결실이 자라나겠지


"남편~ 이번 겨울. 나 양파랑 친구 됐어. 나도 열심히 할께"

"....모종이나 심어!"

".....넵"


200구 모종을 촘촘히 심고, 나는 행복하게 텃밭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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