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졔 Dec 12. 2023

잘 자

생각보다 어려운 '잘 자는 것'에 대하여

 밤이 되고 소란스럽던 외부의 소리들은 자취를 감추었을 때, 오히려 마음은 더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낀 적이 있나요?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오늘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았다거나,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거나, 내일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그렇게 소란스러워지는 마음을 다독이고자, 저는 보통 가장 쉬운 선택을 하고는 해요. 바로 그 마음을 외면하는 것이죠.

 마음을 외면하는 방법은 너무 쉬워요. 정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일을 하거나, 오히려 다른 일에 정신을 몰두할 수 있게끔 하는 것, 즉 핸드폰을 켜는 것이죠. 클릭 한 번이면 10초의 길이부터 1시간 정도의 길이까지, 오로지 ‘재미’만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세상. 10초도 긴 시간이 되어가고 있죠. 사진 한 장, 즉 눈길 한 번 만으로도 소란스럽던 마음을 잊어버리기엔 충분해요. 


 하지만 그렇게 외면해 버린 내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나의 어딘가에 남아 있나 봐요.

 이상하게 몇 시간 동안 ‘재미있다는’ 동영상을 보다 눈의 피로감에 스르르 잠에 든 날에는, 그 다음날 묘하게 찝찝함이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기가 더 힘들어지죠. 어째 어제 나 자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잤다는 그 주파수가 아침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 


 마음이 힘든 일이 있을 때 일단 눈을 감아버리고 보는 아주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 저는, 이런 행동 패턴으로 마음이 힘들면 잘 자지 못해요. 그리고 ‘잘 자는 것’의 위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지,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죠.  


 본가에 가서 잠을 청하고, 일부러 오버페이스의 운동으로 몸을 혹사시키고, 무언가를 먹으면 잠이 잘 오니 야식을 먹어보기도 하면서, 영겁처럼 느껴지던 그 시간들을 지나왔어요.


 그리고 오늘, 정말 오랜만에 개운하게 잠에서 깼어요.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아, 정말 잘 잤다. 나 이제야 긴장이 좀 풀렸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몸의 긴장을 풀고 이완의 상태에서 잠을 청하고, 잠에서 깨는 것.

 우습게도 잠까지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고, 잘 잘 수 있다, 는 생각을 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나에게 알맞은 수면의 방법과, 수면의 정도를 찾아내는 것. 평생 함께 살아갈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거죠. 제가 누군가에게 ‘잘 자’라는 말을 하면서 잘 것이라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고, 핸드폰과 전등을 모두 끈 채, 그 고요 속에서 눈을 감았던 것처럼요. 



이전 01화 잊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