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단어 11-365
알맞게 무르다
먹기에도 좋고,
먹는 느낌도 부드럽다.
1
이 말을 몇 번 이리저리 굴려 가며 읽는다.
한 때는
강하고 딱딱하며
견고하고 억센 삶을 놓고 싶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이제는 가벼워질 때 된 것 같다는 생각,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다.
2
‘마닐마닐하다’
주로 음식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라지만
삶에도 적절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딱딱한 삶, 좋아할 사람이 거의 없지만,
너무 부드러운 삶도 인생의 맛 내지 못한다는 사람도 조금 있다.
삶이 쉽게 흘러가는 것을 내버려 둘 순 없지만,
삶을 힘겹게 살아야만 한다는 것도 유쾌한 일은 아니다.
3
돌이켜보면
‘치열하다’라는 말을 가볍게 사용했고
‘냉철하다’라는 말을 쉽게 생각했다.
‘치열하다’라는 말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말이었고
‘냉철하다’라는 말은 그리 간단한 말이 아니었다.
돌아보니
젊을 때 가장 무책임한 행동은
다가올 시간 반성할 여유를 준비하지 못하는 것일 테고,
나이 들어가며 가장 무지한 행동은
다가올 시간 직관할 지혜를 준비해두지 않은 것일 테다.
어느 나이나 어울리는 삶이 있다면
다른 이들을 위한 자기 책임을 방관하지 않아야 할지 모른다.
4.
인간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욕망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이젠 솔직히 받아들여야겠다.
모든 사람이 자기 삶을 올곧게 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박하듯 호소하는 일은 철없는 순진함이라는 것도 인정해야겠다.
모든 삶은 결국 자기 책임이라는 것 정도로 받아들이자.
오물오물하기 좋은 음식은
먹는 동안 기분도 참 좋다.
나의 생도 이젠
연하고 물컹물컹해도 좋겠다.
가는 길 벗어나지 말고
흔들리지만 말고
뒤돌아가지만 말자.
마닐마닐한
가을이 문 앞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