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 관계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맥이 넓어야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일념으로
수많은 모임에 참석하고, 의미없는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곤 했다.
그러나 사실 나 자신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속 빈 강정같을 뿐,
진정한 관계는 거의 없다는 것을.
30대 중반을 넘기면서
연락의 횟수와 관계의 밀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힘든 시기를 겪었을 때 함께 한 친구들은
내가 매일같이 연락하고 지내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가끔 카톡으로 몇줄 툭툭 건네고,
서로가 더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아도
그려러니 하는 관계.
몇달만에 만나더라도 어제 만난 사이처럼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는 관계.
긴 설명이 없어도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계.
더 바쁘게 살면서도 무슨 일이 생기면 한걸음에 달려와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자신의 일마냥 진심이 느껴지도록
푸짐히 기뻐해주는 그런 한 두사람만으로도
나의 일상이 풍요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주 일상을 함께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서로에게서 느끼는 편안함의 깊이가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진정한 관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