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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긋다 Sep 20. 2024

딱 반나절만 느끼는 행복감.

돈과의 관계



원래 나에게 있어 '쇼핑'은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자동으로 하게 되는 루틴이자, 습관이었다.

하지만 월급에서 독립하고,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남다른 목표가 생긴 뒤로

가장 먼저 소비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한 것 또한 '쇼핑'이다.


생각해 보면 새로운 옷을 사고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딱 하루이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피로가 채가시지 않은 느른한 출근길에

새 옷이 잠시 설레는 기분을 가져다주는 것 같지만,

퇴근할 때쯤이면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의식할 틈도 없이 그날의 새로운 고민들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도 급급하다.


새 옷의 효과는 딱 반나절 정도인 듯싶다.


그렇게 한번 입고 난 새 옷은 결국 옷장의 쌓여있는 옷들과 같은 처지가 되고,

내년이 되면 주인에게 간택받기조차도 힘든 그저 그런 옷이 돼버린다.


문득 나날이 차곡차곡 쌓이는 옷과 달리,

계속 한 곳에만 머물러있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서른 중반을 넘기면서 더 이상 쇼핑하는 일이 신나지 않게 되었다.


그때부터 더 이상 온라인 검색 알고리즘에 자동으로 뜨는 쇼핑 광고를 클릭하지 않았다.

매일 사용하는 휴대폰의 온라인 광고에서라도 안 보여야 자연스레 옷을 사고 싶은 욕구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아침은 매일 옷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지만,

생각해 보면 남들은 내가 어제 그리고 오늘 무슨 옷을 입었는지 관심이 없다.

'옷'이란 나를 드러내는 부수적인 수단일 뿐,

옷으로 내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쇼핑에 쓰였던 비용은 이제 나를 위한 성장에 쓰이고 있다.


유행에 뒤처진다고 옷장에 고이 모셔두기만 했던 옷들을 하나둘씩 꺼내 입고

나로서 살아가기 위한 공부를 오늘도 시작한다.


티셔츠 하나만 걸쳐도 빛나보이는 비결이

옷장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란 걸 이제는 깨달았기 때문이다.




긋다

'추진력갑','끈기력장애'의 7년 차 만년직장인.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살고싶어,

좋아하는 일로 고군분투 나다운 나를 기록해가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 : @geut__ta

https://www.instagram.com/geut__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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