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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긋다 Aug 30. 2024

반짝이는 순간이 지나가고 남은 것.

연애관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타게 된

버스 한 구석에서 한 커플이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서로를 향해 있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나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감정의 서사를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만난 그는 '나'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대가도 없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고,

그의 일방적인 호의는 끊임없이 나를 기대하게 하였다.

어느 순간, 나의 에너지는 그의 호의를 향해 집중하고 있었고,

마침내 운명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고 이 관계가 영원할 것이라는 귀여운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각자의 기대와 상상으로 서로의 무엇이 되길 바랐던 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서로의 모든 의미가 퇴색해지고, 둘만의 세상이 끝을 향해 갈 무렵 서늘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었다는 것을...


상대의 마음을 호시탐탐 읽어내려 했던

수많은 시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 주었고,

더욱 현명하게 관계를 맺고

인생을 정돈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이게 진정한 사랑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긋다

'추진력갑','끈기력장애'의 7년 차 만년직장인.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살고싶어,

좋아하는 일로 고군분투 나다운 나를 기록해가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 : @geut__ta

https://www.instagram.com/geut__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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