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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May 02. 2024

혼자가 좋지만 함께가 그립다.

곁에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은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그 사실에 나는 상처 입는다.


혼자라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지는 오래되었지만 함께라는 것을 그리워한 지도 그만큼 오래되었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혼자로의 삶은 당연한 일상이다. 혼자서 밥을 먹고 출퇴근을 하고 일을 하고 잠에 든다. 편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씩 불편함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잘 챙겨 먹지 않은 끼니에 혼이 나고 출퇴근할 때 배웅해 주고 따스히 맞아주던 인간냄새, 잡음이 나더라도 혼자 있지 않아서 편히 잠에 드는 때가.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하는 이 공간에 대해 편안함을 느껴도 안락함을 느끼지 못한다. 모든 곳에 나만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인데 갑자기 더러워 보인다.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물건을 찾을 수 없어 짜증을 내고 물어봐야만 찾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함에도 누군가 나를 챙긴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드는 것.


지독히 아팠다. 정말 몸이 아팠다. 제대로 걸음걸이를 하기 힘들 정도로 아픔이 찾아와서 이대로 살아있을 수 있을까, 정말 죽음이 오는 것은 아닐까 했다.


두려움이 찾아온다. 나의 죽음 따위야 언젠가 찾아오는 알람정도로 생각했지만 눈앞에 닥친 어둠이 나를 삼키는 순간 누군가의 손길을 그리워했다.


그 사람이 나를 낫게 해주지 못하더라도 따스히 나를 감싸 안아 나만을 위해 괜찮다는 말을 속삭여주기를 바랐다.


그립다. 미치도록 그립다. 내 곁에 아무나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데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의사와 간호사가 나를 봐준다고 해서 그들에게 의지하고 기댈 수 없는 노릇이다. 분명 나를 위한 일을 해주는 것이지만 그 속에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고작해야 걱정뿐이더라도 꼭 내 손을 맞잡고 아프지 말아 달라고 빌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의사의 완치판정보다 더 안심될 것이다.


그래, 내 손이 미치도록 차갑다. 뜨겁게 뛰고 있을 심장이 마치 멎어버린 듯한 기분이다. 눈을 뜬 채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이 공포가 불러올 것이 분명 예전의 행복했던 기억들이나 내가 이뤄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스스로 쟁취해 낸 성공과 용기가 없어 도전하지 못한 곳에 대한 아쉬움 따위가 나를 덮쳐서 잠기게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떠오르는 것은 단순했다. 따스한 햇빛이 창으로 들어와 나의 눈을 가렵게 하고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니 밥을 먹으라고 챙겨주는 어머니의 투박한 말들, 밖으로 나와서 또 아무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자는 친구들의 전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들이 나를 감싼다.


정말 징그럽도록 따스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속에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가벼운 걸음으로 익숙한 곳들을 하나하나 들어갔다. 오랜만이어도 반갑게 인사하며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묻고 장난 섞인 말을 던지며 한참 동안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 모든 생각이 사라지게 하는 것은 단순했다. 잠시 들어 올린 손을 잡아주는 이가 없다. 상상 속에서 악수를 하고 싶어서 손을 드는 순간 모든 것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냥 하얀 천장과 몸을 가누지 못해 누워서 차갑게 식어있는 몸, 그리고 허공에 뻗은 한 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말 따위는 다시는 못할 것이다. 내 몸이 차갑게 식어버려도 다른 이의 온기에 따스함이 느껴졌으면 한다.


그래야만 그들에게 남기는 미소가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지어 따스한 이로 기억되어 줄 수 있을 테니까.


혼자란 사실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알았겠는가. 몸의 고통 따위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다. 내 마음은 무엇보다 따스함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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