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가치’가 존재하는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상대방이나 물건 따위가 아니라 순수히 사랑 그 자체에 존재하는가. 사랑은 평가될 수 있는 존재인가.
현대사회에서 가치평가는 무엇인가. 지위, 명예, 돈 이 세 가지로 모든 것이 판단된다. 그중 으뜸은 아마 돈일 것이다. 많은 돈은 지위를 만들고 지위는 명예를 부른다.
사랑은 어느새 성취감이 목적이 됐다. 엄청난 미모의 여성과 연애를 하는 것, 몸이 좋거나 돈을 잘 버는 남자와 연애를 하는 것, 잘 사는 집안이나 유명한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
그 연애에 사랑이 들어있다면 어디에 들어간 것인가. 철저히 가치평가로 인해서 이루어진 사랑은 사랑으로 불러야 하는 것인가. 사랑 없는 정략결혼 따위와 다를 것이 없다.
물건에 대한 사랑도 분명히 존재한다. 허나 그 사랑은 분명 물건 자체에 대해 담긴 감정과 시간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것이지 단순히 사용가치나 상품가치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상품처럼 가치를 부여하는 상황이 늘어나는 현실이다. 물론 철저한 자본주의인 현대사회에서 타인을 만나는 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일 우선시 되는 것이 사랑에 대해 가치를 매기는 기분이라 아릴 뿐이다.
나는 사랑을 동경했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서로의 마음이 동하는 것을 느껴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서로의 마음을 솔직히 말할 수 있는 그 상황이 부러웠다.
주변에서 연애소식이 들릴 때면 부러웠다. 저 친구는 어떻게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행복한 경험을 얻을 수 있을까가 주된 생각이었다.
단순한 이성적인 호기심이나 그냥 연애라는 행위자체에 대한 부러움은 크게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연애에 불만을 늘여놓는 친구들에게 헤어지라는 조언 외에 크게 해 주기 싫었던 적이 있었다.
분명 만날 때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났음에도 이제 더 이상 그걸 느끼지 못하고 마냥 정으로만 이어지는 관계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들이 쌓아온 연인이란 이름으로 저장되는 추억들이 사랑 없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많은 시간을 함께 가까이 지내온 만큼 그들에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많은 것은 인정하겠다마는 그런 이유만으로 있지도 않은 감정을 희망하며 단순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의 사랑에는 큰 계산이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 봤자 저번 기념일에 상대가 챙겨준 만큼 챙겨주고 싶단 마음이 고작이었을 터
이 모든 상황이 생겨난 이유는 비교가 기반이긴 하지만 많은 정보가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킨 것이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연애관계에서 중요시 여기게 된 것이 감정이 아니라 돈이 된 이유는 다른 이들이 보여주는 돈이 기반이 된 행복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삶이 만들어낸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이 아니라 돈이 기반이 되어야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연애라니. 어디까지 잡아먹는 거냐 자본주의.
고작해야 낭만 따위로 치부될 수 있을만한 구시대적 발상일 수 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돈이 맞으며 부족하다면 포기해야 할 순번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연애인 것도 맞다. N포 세대가 포기하는 수많은 것들 중에 하나인 데는 이유가 있다.
또한 성실함이나 본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산을 축적하거나 좋은 직장을 얻어낸 이들이 연애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것에 대해서 그 사람들에게 불만은 없다. 그들은 이런 상황에 맞춰 자신의 노력을 했을 뿐 잘못된 것이 아니다.
감정덕후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제일 아끼는 감정인 '사랑'이 단순히 돈 가지고 재는 상품이 되어버린 것에 안타까움을 느낄 뿐이다.
우리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타인의 행복을 축하할 때 행복을 느껴야 하며 좋은 일이 있어도 타인의 불행을 위로할 때 슬픔을 느껴야 한다. 사회적 통념에 가깝다.
이런 통념을 모두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을 좀 더 내세우고 말도 안 되는 변덕을 부리고 때론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상처 입힐 수도 있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가장 존중받고 어려우며 소중한 감정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조금은 낭만이 돌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