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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Apr 11. 2024

사랑이란 감정은

중간 정리 2

이 환상적이게 슬픈 감정에 대해서 얘기를 저번 중간 정리 이후에도 10개의 에피소드가 나왔다.


적어도 적어도 내용이 떠오르는 마법 같은 주제라니. 오늘은 매거진의 중간 정리이기도 하지만 현재 이 감정에 대해 변한 내 생각에 대한 정리이기도 하다.


이전에 나는 사랑이란 감정은 정말 많은 형태를 띠고 있으며 각각의 모습으로 각각의 상황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반의 적인 표현을 동시에 써가며 둘이 공존하는 신비롭고도 이상한 감정에 대해서 알아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사실 이 모든 게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쯤은 진작에 알고 있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봤자 이 감정에 대해서 딱 떨어지는 정의를 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요즘은 점점 그냥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사랑이란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연쇄적인 반응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려고 하는 중이다.


그러다 계속해서 같은 맛이 느껴지더라. 이 감정에 내포되어 있는 가장 큰 속뜻은 슬픔이다.


영원하지 못할 감정에 대한 슬픔, 그로 인해 잃어버린 지난 시간과 추억에 묻은 슬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슬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픔..


기쁨은 희박하다. 사실상 사랑에 빠져서 그 사랑이 실패작이라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행복한 것이 사랑인 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기쁨이라 표현할 것은 희박했다.


행복과 행운은 다르며 기쁨도 마찬가지로 다르다. 어느 날 행운처럼 사랑할 상대를 만나서 그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을 누릴 때 새어 나오는 기쁨, 그 행운이 거짓된 모습을 느끼고 행복함이 절망으로 바뀔 때 튀어나오는 슬픔이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사람에겐 강렬한 기억이 더욱 크게 남는다. 우리가 로또를 1000번을 떨어지더라도 1,2번 4등이 되는 것이 더 기억에 남는 것처럼.


사랑이란 감정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처음부터 잔잔하게 혹은 과격하게 다가오는 감정의 파도에 들어있는 긍정적인 감정들 보다도 끝난 뒤에 빠져나가며 남겨둔 부정적 감정들이 더 깊이 남아있을 뿐.


우리가 지나간 사랑을 추억할 때 시작을 기억하는가 마지막을 떠올리는가. 이미 새드엔딩이 나와있는 영화에서 해피를 찾기란 우스운 일이다. 왜? 어차피 새드니까. 슬픔이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슬픔 감정에 미쳐서 빠져드는 것인가. 이미 한 번 슬픔을 맛보았다면 더 이상 빠져들지 않으려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사랑이 일으킨 파도를 맞았지만 다른 사랑이 불러일으키는 파도는 엄연히 같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매번 새로운 사랑을 하고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행복을 느끼고 다른 슬픔을 느낀다. 그렇기에 미치도록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번 사랑이 불러올 파도의 모습에 대해서.


나는 수많은 매체와 주변인들에게서 수많은 사랑이란 감정을 맛보았다. 그리고 최대한 온전히 받아들여 나만의 감정으로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내 속에 몇 개의 기쁨이 녹아들었는지, 슬픔이 녹아들었는지 셀 수 없다.


허나 분명 적어 내리는 것에 묻어 있는 짙은 슬픔은 뭔가 말해주는 듯하다.


언젠가 다시 최면에 걸린 것처럼 사랑이란 감정에 속아서 행복을, 기쁨을 즐기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이 정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란 환상을 불러일으켜 슬픔을 숨긴 채 다가오는 독나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 아름다운 모습에 속아 끝내 놓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이제 어떤 사랑을 또다시 적어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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